[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고졸 취업문 좁다고요?…전문성 키워 '스펙의 벽' 넘었죠"

에너지관리공단 입사한 특성화고 출신 한선경 씨

예상질문 철저히 준비하라
관련 홈피·뉴스 체크는 기본…전공지식 정리·모의면접까지
30대 1 경쟁 뚫고 인턴 합격

정규직 전환…끝이 아니다
맡은 일 전문성 쌓는데 주력…특별전형 통해 대학진학 목표
경기 용인시에 있는 에너지관리공단 경기지사 1층 체험관에서 신입사원 한선경 씨가 ‘에너지바이크’를 타면서 면접 준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씨는 “입사 후에 할 일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수차례 모의 면접을 봤다”고 말했다. 이학명 한경매거진 기자
“특성화고에 입학하면서 전공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각오를 했어요. 밤 늦도록 학교에 남아 공부했죠. 누구보다 알찬 3년을 보냈다고 자부합니다.”

지난해 6월 에너지관리공단(경기지사 근무)에 인턴으로 입사해 작년 12월 정규사원이 된 한선경 씨는 한국경제신문의 월간 특성화고 매거진 ‘1618’ 3월호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좋은 회사에 입사한 것도 기쁜 일이지만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켰기 때문에 뜻깊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올해 신입사원 채용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이달 말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다. 서류 및 면접 등을 거쳐 5월에 최종 채용한다. 뽑는 직군은 사무직과 기술직이며, 채용 인원은 고졸과 대졸 인턴사원 22명, 신입 전문직도 5명이다. 고졸 인턴 채용 예상 인원은 5명 수준이다.

고교 3년간 1등급 성적

한씨가 서울 대진디자인고 시각정보디자인과를 지망한 것은 스스로의 결정이었다. 당시 부모님은 결사 반대했다. 남들처럼 인문계고에 가서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란 것이다. 그의 생각은 달랐다. “가정 형편과 적성 등을 감안했을 때 대학 진학보다는 취업이 우선이라고 판단했어요. 나중에 필요하면 재직자 특별전형 등을 통해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계산도 섰고요.”

한씨는 한 가지 약속을 내세워 부모님을 설득했다. ‘특성화고에 진학하면 꼭 내신 1등급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이 약속은 한씨가 공부하는 데 힘이 되기도 했고, 채찍이 되기도 했다. 각오가 남달랐던 만큼 적성에 맞는 디자인 공부가 너무 재미있었다. 중학교 시절 상위 40% 수준이던 그의 성적은 고교 3년 내내 한 번도 1등급을 놓치지 않았다.

한 가지 소홀히 한 게 있었다면 바로 취업 준비였다. 누구보다 학과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다른 친구들처럼 별도의 취업 준비를 하지는 않았다. ‘학교 성적이 좋으면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는 게 어렵지 않겠지’라는 막연한 자신감에서였다. 주변 친구들이 5개 이상의 자격증을 땄지만 한씨는 자격증이 2개밖에 없었다. 외환은행과 우리은행 2차 면접에 떨어지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제서야 자격증 공부 안한 것, 면접 준비를 제대로 안한 것이 후회스러웠어요. 친구들이 속속 입사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보면서 위기의식도 많이 생겼고요.”

뒤늦은 입사 준비

지난해 초 에너지관리공단 인턴사원 서류전형에 합격하고서는 독기를 품었다. 공단 홈페이지를 수십 번 서핑했다. 그동안 배운 디자인 지식을 바탕으로 공단에 입사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했고 그에 맞는 면접 답변을 준비했다. 취업 사이트들을 검색해 예상 질문 리스트도 뽑았다. 공단 관련 최근 뉴스도 빠짐없이 살폈다.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모의면접도 수차례 봤다. “공단 입사까지 서류전형, 인·적성시험, 면접전형 등 총 3단계를 거쳤어요. 단계를 거칠수록 주변의 기대가 높아져 심리적 압박감이 컸습니다. 다행히 면접에서 예상했던 질문이 나왔고 제가 공단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성의껏 대답했어요.”

전형마다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까지 긴장과 초조함의 연속이었다. 면접 당일에는 ‘경청과 미소’로 면접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3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고졸청년 인턴사원’에 합격했다.

한씨의 면접에 참여했던 에너지관리공단 녹색에너지팀의 김희정 과장은 “지원자의 학교생활, 동아리 활동, 장래 본인이 계획하는 일, 원하는 삶 등 다양한 부분을 물어본다”고 소개했다. 면접 준비에 대해 김 과장은 “한선경 씨처럼 실제 면접 상황을 염두에 두고 모의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며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지식과 상식을 평소에 꾸준히 공부해 두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년 후엔 대학 진학 계획

인턴이었기에 망설임도 없지 않았지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정규직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업무에 매진했다.

입사 후 그는 기본 직무교육을 통해 공단의 역할과 조직의 구성 및 사업에 대해 익혔다. 비즈니스 마인드 교육, 업무 효율 향상 워크숍 등 주기적이고 체계적인 직무교육도 받고 있다.

그는 인턴 기간에 우수한 평가를 받아 지난해 12월24일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지금은 에너지기술팀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주 업무는 검사 접수 업무다. 보일러 등 특정 열 사용 기자재는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에너지관리공단의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씨는 “얼핏 보면 사소한 일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회사에서 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며 “현재 맡은 일에 서 전문성을 쌓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뒤에는 재직자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라며 “특성화고 입학을 반대했던 부모님께 떳떳하게 대학 합격통지서를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학명 한경매거진 기자 mrm9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