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d·티구안·골프 '강남 쏘나타' 獨한 대결
입력
수정
지면A15
왕년의 '일본차 3총사', 캠리·렉서스·어코드 저멀리 뒤로 밀려나고…올 들어 한국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독일차 약진, 일본차 퇴보’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2월 수입차 판매 순위에서 20위 안에 든 일본차는 원조 ‘강남 쏘나타’로 불리는 렉서스 ES300h뿐이었다. 그외 미국 포드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익스플로러를 제외하고는 모두 BMW,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차들이 순위를 휩쓸었다. ○독일 3사 간 ‘강남 쏘나타’ 다툼 가열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1~2월 두 달간 가장 많이 팔린 차는 BMW의 520d(1511대)였다. 지난해 총 8346대를 팔아 전체 판매 1위를 차지한 여세가 올해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세련된 디자인에 연비, 성능 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새로운 ‘강남 쏘나타’ 자리를 굳혔다.
2014년 수입차 판매 20위
두 대 빼고 모두 독일차…포드 익스플로러 미국차 유일
아우디 A6 시리즈의 추격도 매서웠다. 아우디는 지난해 전체 판매 순위 6위였던 A6 3.0 TDI 콰트로가 지난 1~2월에는 5위로, 9위였던 A6 2.0 TDI가 6위로 각각 순위가 올랐다. 두 차종의 지난 1~2월 판매량을 합하면 총 1645대로 BMW 520d보다 많았다. 물론 톱20 안에 520d x드라이브(13위)나 528(15위) 등 BMW의 다른 5시리즈가 포진해 있지만 아우디 A6의 약진이 돋보였다는 분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남성적인 BMW가 여전히 대세이긴 하지만 여성적인 우아함을 가미한 아우디 A6는 이른바 ‘사모님’ 차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220 CDI가 지난해 전체와 같이 4위를 지켰지만, 지난해 3위였던 E300은 10위로 순위가 밀렸다. 그러나 E클래스 전체로는 지난 1,2월 BMW 5시리즈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4000만~5000만원대 가격을 앞세운 포드 익스플로러가 지난해 20위에서 지난 1~2월 11위로 순위가 껑충 뛴 것도 미국차의 약진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한국차에도 밀리는 일본차 추락
수입차 시장에서 대세가 된 디젤차를 제대로 공략 못 한 일본 차들은 올해도 맥을 못 추는 양상이다. 지난 1~2월 판매 상위인 BMW 520d를 비롯해 폭스바겐의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과 골프 2.0 TDI 등은 모두 디젤 차량이다. 지난해 독일차에 밀려 고전했던 일본차들은 올 들어서는 아예 순위에서 사라지는 굴욕을 겪고 있다. 지난해 유일하게 판매량 톱10에 들었던 도요타의 캠리(7위)는 지난 1~2월 20위권 밖으로 밀렸다. 14위였던 혼다 어코드 2.4 역시 이름이 사라졌다. 11위였던 렉서스 ES300h만이 17위를 기록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한 일본차 관계자는 “일본차들은 하이브리드카에 집중하면서 디젤차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며 “품질은 독일차에 뒤지지 않지만 디자인 등이 평범해 프리미엄급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차의 추락에는 한국차의 약진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가 일본차에 결코 뒤지지 않는 성능을 과시하면서 설 자리가 더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일본 중대형차를 살 바에는 차라리 신형 제네시스 등 국산차를 사겠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제네시스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총 2만5000여대가 판매되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오는 24일 출시하는 LF쏘나타 역시 수입차 업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