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최악의 인사 적체…고위 공무원 정원 7명 초과…서기관→부이사관 승진 18개월째 '0'

세종청사 요즘

위원회 파견 감소…외청장도 딴곳서 '수혈'
'오버 TO' 해소전까지 뚜렷한 해법 없어
경제 분야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가 극심한 인사 적체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장 보직으로 가는 길목에 해당하는 부이사관(3급) 자리의 경우 벌써 18개월째 승진 인사가 한 건도 없었고 주로 2급 국장 이상인 고위 공무원으로 승진한 간부들도 가물에 콩나듯 드물다. 기재부의 한 간부는 “인사가 계속 미뤄지면서 직원들의 사기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이사관 인사 적체는 ‘역대 최악’으로 꼽힐 만큼 심각하다. 2012년 9월14일 6명이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이후 지금까지 신규 승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 다른 부처들이 올 들어 적게는 1~3명, 많게는 5~7명의 부이사관 승진자를 배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선 기재부 내에서 1년에 7~8명 정도가 부이사관으로 승진하고 고위공무원 승진자가 4~5명가량 됐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이런 공식이 깨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현 정부 들어 위원회 조직이 대거 축소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새로운 위원회가 생길 때마다 기재부 출신들이 주요 보직을 꿰차면서 기재부 본부 인사에도 숨통이 틔었는데 최근에는 이런 ‘선순환’이 사라진 것.

오히려 지난 정부에서 청와대나 위원회 파견근무를 하며 고위직으로 승진한 뒤 기재부로 돌아온 직원들이 늘면서 정원 초과 현상만 더 심해졌다. 정부 부처는 법규에 정해진 정원 내에서만 고위직 인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기재부는 현직에 있는 고위직 숫자가 정원을 초과하는 ‘오버 티오(TO)’ 상태다. 부이사관의 경우 정원이 29명이지만 현직에 있는 부이사관은 32명이고 고위 공무원은 정원이 34명인 반면 현원은 41명이나 된다. 이정도 기재부 인사과장은 “이 같은 초과 인력을 해소하지 못하면 신규 승진인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기재부 고위직들이 독식하다시피했던 통계청 조달청 수출입은행 등 기재부 외청장 자리와 산하기관장 자리에 ‘비(非) 기재부 출신’이 임명된 것도 기재부 운신의 폭을 좁혀 놨다. 위원회 조직 축소나 ‘모피아(기재부 출신 공무원) 독식’ 해소는 시대 흐름상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기재부 입장에선 인사 적체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제 때 승진할 기회를 놓친 서기관급 간부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행시 35회인 한 고참과장은 “다른 부처로 간 동기는 오래전에 부이사관으로 승진하고 벌써 국장직을 맡고 있는데 나는 아직 서기관이라고 생각하면 의욕이 떨어진다”며 “공무원 사기는 결국 인사에 달렸는데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뾰족한 수가 없다. 국제기구 파견자나 해외 주재관 숫자를 늘리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런 자리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다른 부처에 기재부 출신들을 보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 요직인 금융정책국장 자리에 기재부 출신 국장급 인사를 앉히는 방안을 금융위와 협의 중이다. 일각에선 이런 방식으로 정원 초과현상을 타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고위직 정원을 늘리는 등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바람도 나오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