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기업 신문고 - 이런 규제 없애라] 시스템·관행·사람 '세가지 실타래' 푸는 게 규제개혁 해법

정권 바뀌어도 지속가능
장기적 시스템 만들어야
경북의 사료 제조업체인 B사는 지난해 공장을 새로 짓느라 진땀을 뺐다. 공장 설립 허가를 받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8개 부서와 협의를 거친 이 회사는 심의회에서 1개 부서가 건립에 반대하는 바람에 난관에 부딪쳤다. 보완 자료를 준비해 지자체에 제출하고 처음부터 협의를 다시 시작했다. 1년 이내에 끝났을 공사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총 3년 만에 마무리됐다.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혁파를 외치고 있지만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수준은 여전히 기대 이하다. 특히 인허가 과정에서 기업들이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매번 가슴을 졸여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산업단지공단, 산업연구원과 함께 최근 전국 4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자체 기업활동 규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7.2%가 ‘규제 수준이 과도하다’고 답했다. 59.1%는 ‘규제로 인해 기업활동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실질적으로 개혁하려면 시스템, 관행, 사람 등 세 가지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규제 개혁은 대통령 한 사람의 의지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의원입법이라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채널을 통해 무분별하게 만들어지는 규제를 없애거나,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면 규제개혁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도가 마련돼 있더라도 과거의 관행을 답습한다면 규제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태윤 한양대 교수(행정학)는 “규제 개혁을 관료가 주도하면 예전처럼 실적이나 숫자 맞추기에 급급하기 일쑤”라며 “한두 개 규제를 푼다고 해도 국민은 변화를 실감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정부의 신뢰만 떨어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적 규범에 어긋나는 규제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병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기업과 수도권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는 철폐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런 식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