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화 "티켓파워 1위로 키운 건 개그맨 출신이란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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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 만에 첫 단독공연 나서는 뮤지컬 배우 정성화 씨“오늘의 배우 정성화를 있게 한 건 콤플렉스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야, 개그맨 출신이 무슨…. 뮤지컬이 되겠어?’라고 하는 말에 오기가 발동한 거죠. 더 잘해야 한다, 더 연습해야 한다는 생각이 좋은 공연으로, 또 그것이 좋은 반응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15일 '정성화 위드 프렌즈' 콘서트
최근 '맨 오브 라만차' 돈키호테役
2003년 '아이러브유'로 뮤지컬 시작
10년 만에 각종 뮤지컬대상 휩쓸어
조승우와 함께 뮤지컬 최고 블루칩
지난달 9일 막을 내린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돈키호테 역을 맡았던 배우 정성화 씨(39·사진)가 15일 부산시민회관에서 연예계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 ‘정성화 위드 프렌즈, 드리머’를 연다. ‘라만차’ 공연을 끝내자마자 제주도로 2박3일 휴가를 다녀왔다는 정씨를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데뷔 20년 만에 처음이라는 공연 얘기부터 들어봤다. “제목 그대로 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개그맨으로 시작해 탤런트,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 성공하기까지 꿈을 향해 달려온 제 이야기를 보여드릴 거예요.”
지난달 초 제9회 골든티켓어워즈에서 ‘2013년 최고의 티켓파워’로 선정된 정씨. 그는 개그맨 출신이다. 1994년 SBS 공채 3기로 TV 화면에 처음 등장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1999년 드라마 ‘카이스트’로 얼굴을 알렸으나 ‘반짝 인기’였다.
“저는 무명 시절이 없었어요. 서울예술전문대(현 서울예술대)를 다닐 때 신동엽 선배가 개그맨 한번 해보라고 해서 개그맨이 됐고, 드라마도 해보라고 해서 연기도 했죠. 돌이켜보면 그땐 참 막 살았습니다. 돈도 좀 벌고 하면서 ‘연예인병’에 걸렸던 것 같아요.” 그가 개그맨 시절 선배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었다. “넌 뭘 해도 중간보다 약간 밑이야.”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지만 스스로도 그렇게 인정했다고 한다. 그렇다 해도 먹고사는 데 큰 지장이 없었고, 방송 일도 제법 있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스스로 정해놓은 한계는 그가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가 됐다. 급기야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가난에 직면했다. “어느 날 일이 딱 끊어지더군요. 2002년 월드컵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어요. 일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생활도 피폐해지고 전기요금을 못 내 전기가 끊어지는 상황까지 곤두박질쳤죠.”
그때 뮤지컬을 만났다. 2003년 그가 하는 연극을 본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의 권유로 참여하게 된 뮤지컬 ‘아이 러브 유’. “지금도 그날의 박수 소리와 환호성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 2007년 ‘올 슉 업’ 첫 주연에 이어 같은 해 ‘산초’ 역으로 제안받은 ‘맨 오브 라만차’에서 주인공 돈키호테 역을 따냈다. 2009년에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웅’을, 2012년에는 뮤지컬 배우의 로망이라는 ‘레미제라블’ 공연을 ‘원캐스팅’(한 배역을 배우 한 명이 맡아 진행하는 것)으로 해냈다. 현재 조승우 씨와 더불어 뮤지컬계의 ‘투톱’으로 대접받는 정씨. 남우주연상 등 숱한 상을 받은 그에게 최고의 상은 뭘까. “2012년에 받은 ‘배우들이 뽑은 배우상’이에요. 눈물이 왈칵 나더라고요. 뮤지컬 배우 10년, 이제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뷔 후 20년간 위기도 있었지만 개그맨, 탤런트, 뮤지컬 배우로 변신할 때마다 그의 손을 잡아준 사람이 있었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자신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없다고 했다. 하지만 두 시간에 가까운 인터뷰를 마치면서 든 생각. 그는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