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은 한국 역동성에 힘 실어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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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추기경, 편협 초청 좌담“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짧은 기간에 가톨릭 이미지를 크게 바꿔놓았다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스스로 쇄신하고 참으로 가난한 이에게 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 변화의 핵심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사진)은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와 한국언론재단이 공동 주최한 초청 좌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염 추기경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껴안는 형제애가 필요하다. 화해하고 공존하는 사회가 되도록 공동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를 위한 교황의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께서는 지난 2월 추기경 서임미사에서 공존과 화해의 길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분명히 가르쳐주셨습니다. ‘우리를 적대하고 나쁘게 말하는 자를 사랑하고 축복하라. 오만에 빠지지 말고 항상 자신을 내려놓으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다른 의견이라도 귀를 여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의가 있다면 아무리 의견이 달라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교회의 내적 쇄신도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교회는 가난한 이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하느님의 모습을 기억해야 하며 가난한 이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며 교회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하고 가난해질 것을 촉구했다. 교황이 아시아의 많은 국가 중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에도 이런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임된 추기경 가운데 교황선출권을 가진 16명 중 9명이 비서구권 출신입니다. 필리핀, 한국, 남미는 물론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부르키나파소에서도 추기경이 나왔거든요. 한국도 가톨릭신자는 많아졌지만 (세계 가톨릭에선)마이너리티인데 저를 추기경으로 임명하신 것은 이런 마이너리티를 앞세우고 함께 하기를 바라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염 추기경은 또 “한국 천주교는 선교사가 복음을 전한 게 아니라 평신도들이 연구하며 복음을 받았고 순교에도 굴하지 않은 역동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며 “(교황의 방한은)한국 사회의 이런 역동적인 모습이 아시아의 모범이 되도록 힘을 실어주시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사제들의 정치 참여 논란을 빚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사제단의 활동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면서도 “역사가 바뀜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것도 생각할 수 있겠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완곡하게 제기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