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 '공간 혁신'…브랜드 칸막이 없애

명품관 웨스트 10년만에 새 단장…품목별로 상품 진열 '파격'

13일 오픈…한 층을 하나의 쇼핑공간으로
박세훈 대표 "갤러리아 중심으로 명품시장 재편"
새 단장을 마치고 13일 문을 여는 갤러리아 명품관 웨스트의 모습. 매장을 구분하는 칸막이를 없애고 갤러리아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든 것이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갤러리아 제공
재킷과 바지를 살펴보며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어느덧 정장 매장에 이르렀다. 몇 발자국을 떼니 이번엔 형형색색의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12일 둘러본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본점 서관) 2층은 백화점이라기보다는 넓은 박물관 같은 느낌이었다. 브랜드별 매장을 구분하는 칸막이가 없어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다니며 맘에 드는 상품을 살펴볼 수 있었다. 브랜드별 간판도 달려 있지 않아 시각적인 피로감도 덜했다. 한국에 ‘명품 백화점’이라는 개념을 처음 선보인 갤러리아가 명품관 웨스트를 10년 만에 새단장해 13일 문을 연다. 갤러리아는 지난 1월부터 웨스트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제외한 지상 2~5층에서 보수공사를 했다. 갤러리아는 공식 재개장 하루 전인 12일 VIP 고객과 언론에 매장을 공개했다.

○‘갤러리아만의 느낌’ 강조

갤러리아가 명품관 웨스트를 새단장하면서 추구한 콘셉트는 ‘어번 랜드스케이프(urban landscape)’다. 패션에 관심이 많고 유행에 민감한 20~40대 고객을 염두에 두고 백화점에 ‘도시의 활기’를 담겠다는 취지다. 갤러리아는 이런 콘셉트를 ‘오픈형 매장’으로 표현했다. 백화점을 바둑판처럼 갈라놓았던 브랜드 간 칸막이를 없애고 한 층 전체를 하나의 매장처럼 꾸미는 것이다.

오픈형 매장은 갤러리아만의 차별화 포인트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의 80%는 이미 다른 백화점에도 있다. 단순히 어느 브랜드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경쟁 백화점들과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갤러리아는 오픈형 매장을 통해 갤러리아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전략을 택했다. 명품관 웨스트는 브랜드별 간판이 없어 언뜻 봐서는 어느 브랜드가 들어와 있는지 알기 어렵다. 소비자 눈에 가장 먼저 띄는 것은 브랜드가 아니라 상품이다. 브랜드를 확인한 뒤 매장에 들어가게 되는 기존 백화점과 다른 구조다.
박세훈 갤러리아 대표(사진)는 “갤러리아만의 느낌을 연출한 것이 이번 리뉴얼의 핵심”이라며 “앞으로 명품 시장은 갤러리아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별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리기 어렵다는 것은 오픈형 매장의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국내 여성의류 1위 업체인 한섬은 갤러리아의 오픈형 매장 구성에 반발해 타임과 타임 옴므 등의 매장을 철수시켰다.

○해외 명품 20개 국내 첫선 갤러리아는 명품관 웨스트를 리뉴얼하며 140개 입점 브랜드 중 40개를 새로 들여왔다. 이 중 베르수스, 언더커버, 젠치, 준지 등 20개는 명품관 웨스트에서만 볼 수 있는 브랜드다.

층별로 특정 상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스페셜 존’을 배치했다. 정식 입점하지 않은 브랜드를 소개하는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도 운영할 계획이다.

매장 곳곳에 소파를 놓고 피팅룸을 넓혀 쇼핑 환경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각 층에 있는 디지털 안내판에는 브랜드별 판매 순위까지 표시된다. 다음주에는 상시 1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이 주어지는 연회비 5만원짜리의 ‘갤러리아카드’를 선보인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