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요즘…'사이버 보안' 에 꽂혔다

해킹기법 진화하며 관련 스타트업 새 투자처 부상
작년 VC투자 2억5000만弗 58%↑…주가도 급등
사이버 보안 분야 신생 벤처기업이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의 핵심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업들의 전산망에 침투해 고객정보 등을 빼내가는 해킹 기법이 진화하면서 사이버 보안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사이버 보안업체 투자 2배 급증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자들이 최근 가장 열광하는 투자 대상은 사이버 보안 관련 신생 벤처기업”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브코에 따르면 지난해 이 분야 신생기업에 대한 글로벌 VC의 투자 규모는 2억4400만달러로 전년보다 58.4% 증가했다. 투자 건수는 총 56건으로 1년 전(27건)의 두 배로 급증했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 대한 이 같은 ‘투자 붐’은 최근 들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해킹 공격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발생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통신장비 제조업체 시스코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해킹범죄 건수는 1년 전보다 14% 증가했다. FT는 특히 미국의 소매유통업체 타깃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어도비 등이 해킹 공격으로 고객정보를 탈취당한 사건이 사회적 관심을 끌면서 기업들이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킹 기법도 해를 거듭할수록 고도화되고 있어 백신프로그램과 같은 전통 방식만으로는 기업이 정보 유출을 막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VC업체 클라이너퍼킨스코필드바이어스의 테드 스라인 파트너는 “적들(해커)의 무기가 진화한 만큼 기업도 새로운 무기가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상장 후 주가흐름도 양호

사이버 보안 기업들은 주식시장에 상장한 이후에도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2년 7월 상장한 팰러앨토네트웍스의 주가는 올 들어서만 34%가량 뛰었고, 파이어아이는 작년 9월 증시에 입성한 뒤 공모가 대비 약 86% 급등했다. 이런 선례 덕분에 VC들은 차익실현에 대한 큰 걱정 없이 사이버 보안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VC는 대기업으로의 인수를 염두에 두고 투자 대상을 고르고 있다. 최근 정보기술(IT) 분야 대기업들이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유망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코는 지난해 사이버 보안업체 소스파이어를 27억달러에 사들였고, 인텔은 2010년 백신 개발업체 맥아피를 77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한국 VC업계에서도 최근 사이버 보안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는 기류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관계자는 “사이버 보안 분야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된 분야였다”면서도 “최근 KT 사례처럼 해킹으로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국내에서도 종종 발생하면서 보안 분야에서 유망 기술을 개발 중인 신생 벤처기업을 물색하는 VC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