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뜻밖의 '보너스 잔치'
입력
수정
지면A11
규제로 현금 대신 받은 주식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권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극에 달했던 2010년. 미국 정치권과 규제당국은 월스트리트 뱅커들의 보너스 지급 방식도 바꿔야 한다며 투자은행(IB)들을 압박했다. 전년 성과에 따라 연초 현금으로 보너스를 지급하다 보니 단기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며 과도하게 리스크를 감수해왔다는 것. 이런 관행이 지나친 탐욕을 낳고 결국 금융위기로 이어졌다는 게 당국의 인식이었다.
올 금융주 오르며 차익 대박
평균 16만弗…2008년후 최대
압력에 못 이겨 IB는 현금 대신 제한주로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식을 잇따라 도입했다. 제한주는 최소 3년간 팔지 못하는 주식이다. 경영진이 회사의 장기 이익에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였다. 차익을 실현하기 전에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주식을 받아든 뱅커들의 불만은 고조됐다. 하지만 불만은 4년 만에 미소로 바뀌었다. 금융주 주가가 치솟으면서 올해 초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보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토머스 디나폴리 뉴욕주 감사관에 따르면 올해 월스트리트 IB들이 직원에게 지급한 전체 보너스는 267억달러로 작년보다 5% 늘었다. 한 명의 뱅커가 가져가는 보너스 평균은 16만4530달러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실 지난해 월스트리트 IB의 실적은 기대 이하였다. 각종 소송합의금으로 법적 비용이 크게 불어난 데다 채권·상품·통화 트레이딩사업 매출도 위축됐다. 그런데도 보너스잔치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은 경제회복 기대로 금융주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의 주식은 약 95%씩 올랐다.
이에 따라 뱅커들은 제한주를 팔기 시작했다. 크리스토퍼 프렌치 골드만삭스 파트너는 452만달러, 매튜 제임스 JP모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420만달러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디나폴리 감사관은 “월가의 보너스가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뉴욕시 정부는 1억달러의 추가 세수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