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맞수 엇갈린 주가 행보…브랜드 강화한 아모레 '뛰고' 사업 다각화한 LG생건 '주춤'

전략이 갈랐다

브랜드 고급화·온라인 강화
아모레 6개월새 주가 24% 올라
LG생건, 음료·약품 M&A 집중
경기 둔화·내수 위축에 타격
정반대 경영전략을 펼쳐온 화장품업계 ‘빅2’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주가가 엇갈리고 있다. LG생활건강 주가는 최근 6개월간 4.79% 빠진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같은 기간 24.87% 뛰었다. LG생활건강이 주가 측면에서 압승을 거둔 2011~2012년과는 완전 딴판이다.

◆너무나 다른 화장품 ‘빅2’ 아모레퍼시픽의 13일 종가는 119만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는 35위다. 6개월 전 45위에서 10계단 올라왔다. 2012년 말 130만원대였던 주가가 지난해 상반기 85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온라인 매출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전성기 수준에 가까워졌다. 반면 LG생활건강 주가는 시종일관 약보합세다.

같은 화장품 업체지만 두 회사는 공통점을 찾기 힘들 만큼 경영전략이 다르다. LG생활건강은 종합생활용품기업 P&G를 닮으려 한다. 전체 회사 매출에서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대에 불과하다. 성장전략은 인수합병(M&A)이다. 코카콜라음료, 다이아몬드샘물, 한국음료, 해태음료, 영진약품 등을 인수하며 음료사업에 뛰어들었다. 화장품 분야에서도 더페이스샵, 보브, 긴자스테파니, 에버라이프, TFS싱가포르 등을 사들이며 세를 넓혔다.

오너 경영자인 서경배 회장이 이끌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전문경영인 체제인 LG생활건강에 비해 ‘호흡이 긴 경영’을 지향한다. 설화수 등 자사 제품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외형성장 이상으로 중시한다. M&A에 대해서는 무척 보수적이다. 서 회장 선에서 ‘커트’된 실무진의 M&A 기획안이 수두룩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경영전략이 주가에 영향

전문가들은 소비 경기 둔화에 대형 마트 규제 등의 변수가 생기면서 매출에서 범용 생활용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LG생활건강이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한다. 생활용품은 소비자가 상품을 고를 때 브랜드보다 가격을 중시하는 상품군으로 꼽힌다. 경쟁이 심해 이익이 박하고 경기도 많이 탄다. 고가 브랜드 화장품 중심인 아모레퍼시픽에 비해 경영 여건이 어려웠던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방문판매 시장이 무너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섰다. 설화수 등 고급 브랜드 화장품의 백화점, 온라인 매출이 늘면서 방문판매 손실을 메웠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아모레퍼시픽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 같은 ‘브랜드’ 기업은 브랜드를 구축할 때까지가 힘들지, 이 작업이 마무리된 후에는 경기와 상관없이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송광수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면세점 등의 판매처를 통한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15%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