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 건설자재부문 결국 매각…한화, 첨단소재기업 승부 걸었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매출 절반넘는 사업 도려내
車 가볍게 만드는 소재·스마트폰 터치스크린 등 주력
한화케미칼도 '소재 양대축'…태양광원료 폴리실리콘 양산
울산에 탄소나노튜브 증설
한화그룹이 계열사 한화L&C의 건설자재 사업부문을 매각한다. 한화는 한화L&C(자동차 부품, 전자 소재)와 한화케미칼(화학, 태양광)을 양대 축으로 삼아 소재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씨가 조만간 한화L&C에 입사하면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과 함께 그룹의 제조업 부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건자재 사업 매각 확정

13일 한화에 따르면 한화L&C는 건자재 부문을 분할해 매각한다는 방침을 확정하고 인수 후보자와 접촉 중이다. 사모펀드인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은 3000억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한화 관계자는 “고용 승계와 보상금 규모 등 후속책을 직원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한화케미칼에서 분사한 한화L&C는 바닥재 창호재 등의 건자재 부문과 자동차·전자 부품을 만드는 소재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매출 비중은 건자재가 56%, 소재는 44%다. 한화 관계자는 “설립 초기에는 건자재 비중이 80%에 달했지만 최근 소재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소재 매출이 건자재를 앞질렀다”고 설명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자재 사업의 수익성이 나빠진 것도 분할 매각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태양광·탄소 등 소재사업 강화

한화는 건자재 사업을 떼어내고 태양광과 자동차·전자 부품 등을 주력으로 하는 소재 부문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울 방침이다. 한화L&C의 소재 부문은 GMT(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 LWRT(저중량 열가소성 플라스틱) 등 산업용 플라스틱과 스마트폰 터치스크린 소재인 ITO(산화인듐주석) 필름,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FCCL) 등이 주력이다. 이 회사는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에서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자동차 범퍼 소재인 GMT 공장을 증설 중이다. 연말부터 현대·기아차의 앨라배마 공장에 납품할 계획이다. 한화L&C는 세계 GMT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한화L&C 아즈델 법인은 2600만달러(약 278억원)를 투자해 자동차부품 공장을 증설 중이다. 내년 7월 완공되면 현대·기아차와 GM(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 등에 제품을 판매한다.

그룹의 주력 제조회사인 한화케미칼은 이달 말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인 연산 50t 규모의 탄소나노튜브 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간다. 단계적으로 연산 300t까지 증설 계획도 세웠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탄소나노튜브는 열전도성과 강도가 높아 자동차 경량화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며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케미칼은 작년 말 매물로 나온 미국 다우케미컬의 기초화학 사업부 인수전 참여도 검토하고 있다. 내달부터는 여수공장에서 태양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 생산도 시작한다. 한화 관계자는 “태양광 수직계열화 완성과 함께 소재 부문도 대폭 강화해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키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