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포의 '3·15 데이'…외국기업들 '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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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고발 방송 프로그램에 찍히면 끝장"중국 ‘소비자의 날’인 15일을 맞아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밤 방송되는 ‘3·15완후이(晩會)’프로그램의 타깃이 돼 큰 피해를 입을까 걱정돼서다. 특히 중국 정부가 20년 만에 개정한 소비자보호법이 이날부터 발효돼 고발된 기업은 예년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여개 기업 비리·결함 고발…애플 등 지적받고 공개 사과
강화된 소비자보호법 발효…한국계 기업들도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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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어느 기업이 타깃이 될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한국계 유통업체인 A사 매장에 쥐가 돌아다니는 8초짜리 동영상이 올라왔다. 또 이 업체가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을 판매했다는 보도가 나와 한국 업체가 타깃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중국 공상국과 질검총국(품질관리국)이 공동 참여한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프로그램에 등장한 외국기업을 새로 강화된 소비자보호법 적용의 시범케이스로 삼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새로운 소비자보호법은 소비자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개정법은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을 7일 이내에 취소할 수 있는 소비자철회권을 신설했다. 또 제품에 문제가 발생해 민사소송을 하면 그동안은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었지만 개정법에서는 제조사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 특히 판매사가 광고와 다른 물품을 판매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과거에는 물건값만 배상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물건값의 세 배를 지급해야 한다. 소비자협회가 소비자를 대신해 공익소송도 할 수 있다. 황재원 KOTRA 베이징무역관 부관장은 “중국의 소비수준이 향상되면서 고가 제품군이 많은 외국 상품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불만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고발사건이 발생하면 최대한 기민하고 성실하게 대응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