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 전원 여성인 해외 무역관 탄생 "마음 통하는 여자 셋, 좋은 결실 맺을 거예요"

시드니 무역관 3명 모두 맹렬 여성
코트라 52년 첫 '아마조네스 군단'
女파워↑…女관장 1인 무역관도 3곳
시드니무역관 사무실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한 김선화 관장(가운데)과 서유빈(왼쪽) 이지원 과장.
KOTRA 52년 역사상 처음으로 관장을 비롯한 모든 주재원이 여성으로만 이뤄진 해외 무역관이 탄생했다. 최근 5년 새 여직원 수가 53%가량 늘면서 여풍이 세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여성 관장 혼자서 근무하는 1인 무역관도 세 곳으로 늘었다.

여성 주재원으로만 구성된 무역관은 호주 시드니 도심 마켓스트리트 1번지에 자리잡은 시드니무역관이다. 이곳에는 지난달 황중하 전 관장 후임으로 여성인 김선화 관장(48)이 부임하면서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 세 명이 모두 여성이 됐다. 입사 27년차 김 관장과 함께 시드니무역관을 이끌게 된 ‘아마조네스 군단’은 입사 6년차 서유빈 과장(30)과 한 해 후배인 이지원 과장(28)이다. 시드니에 부임한 지 2년 가까이 된 서 과장이 전입 순서로는 가장 고참이다. 지난해 8월 시드니에 온 이 과장은 같은 해 1월 결혼해 신혼의 단꿈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남편과 헤어져 호주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대학 3학년 아들을 둔 김 관장도 홀로 부임했다. 김 관장은 “시드니가 네 번째 해외 무역관 근무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남편과 함께 해외에서 생활해본 적이 없다”며 “두 번째 근무지였던 벨기에 브뤼셀에서 아들하고 잠깐 지낸 기간을 빼면 늘 해외에서 혼자 생활했다”고 말했다.

84개국에 122개의 해외 무역관을 운영하는 KOTRA에는 시드니처럼 관장이 여성인 무역관이 모두 7개다. 시드니 외에 덴마크 코펜하겐, 중국 샤먼과 난징, 필리핀 마닐라, 알제리 알제, 파라과이 아순시온 등이다. 이 중 샤먼과 난징, 아순시온 등 세 곳은 여성 관장 홀로 있는 1인 무역관이다. 여성 무역관장이 늘고 있는 것은 여직원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풀이된다. 2009년 전체 직원의 15%였던 여직원 비율은 작년 말 22%로 커졌다. 같은 기간 여직원 수는 97명에서 149명으로 53.6% 증가했다.

김 관장은 “다른 공기업들과 마찬가지로 KOTRA도 2000년대 중반 이후 여직원 수가 급속히 증가해 언젠가는 모든 주재원이 여성으로 이뤄진 무역관이 생기겠거니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남성 직원들과 섞여 있을 때와 비교하면 의사소통이 훨씬 빠르고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성뿐인 해외 무역관에 대한 사내외의 호기심과 기대가 커 좋은 선례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며 “1호 여성 무역관이 된 만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연합뉴스/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