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사법시험, 남겨둬야 하나

지난 7일 함진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사법시험(사시) 존속을 핵심으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2009년 사시의 대안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도입하면서 사시 선발 인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2018년부터 완전히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새로 발의된 개정안은 사시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2조와 제4조(1항)를 삭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동안 변호사 업계를 중심으로 로스쿨 제도가 도입 취지와 달리 각종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변호사단체는 “로스쿨의 폐해를 막기 위해 사시 제도를 남겨둬야 한다”며 2012년 사시 존속을 위한 헌법 소원을 내고 지난해 국회 입법청원을 하기도 했다. 반면 로스쿨 측은 “변호사 수가 늘어날 것을 우려한 기존 법조인들의 밥그릇 투쟁”이라고 반박한다.

사시 유지에 찬성하는 측은 로스쿨 비용으로 인한 서민층의 진입장벽 문제를 주된 논거로 꼽는다. 학비가 고액이고 대학마다 선발 기준이 모호한 탓에 서민의 진입이 어려운 반면, 사회 고위층 자녀의 입학은 수월해져 ‘부의 대물림’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하는 측은 고시낭인 양산, 획일화된 인재 양성 등 사시의 폐해를 막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입한 제도인 만큼 안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로스쿨은 장학금 비율이 높아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학업을 이어갈 수 있으며, 더 이상 사시가 ‘개천에서 용 나는’ 창구가 아닌데도 이를 존속하는 것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킨다고 반박한다. 이번주 맞짱 토론은 ‘사법시험, 유지해야 하나’를 놓고 찬성 측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과 반대 측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논리 대결을 벌였다.

찬성 로스쿨 입학 경제약자 소외…누구에게나 '용'될 기회 줘야

2017년 시험을 마지막으로 폐지가 예정된 사법시험을 존속시키자는 취지의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법조인 선발 제도로 2009년 도입된 로스쿨이 있는 상황에서 사법시험을 유지하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우선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로 △인원 과소 선발 △고시낭인 문제 △정상적인 법학교육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사법시험 선발 인원은 1980년 이전에는 100명 전후에서 1981년부터는 300명, 2000년대 초반부터는 1000명으로 증원해 법률 수요에 부합하도록 정책이 이뤄졌다. 장기간 수험 준비에 따른 고시낭인 문제는 응시 횟수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법학교육 문제는 일정한 법학 과목의 이수 의무화 등을 통해 법학교육을 정상화하도록 하는 등 긍정적인 움직임이 있는 데다 앞으로도 전향적인 자세로 충분히 논의가 가능한 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사법시험을 폐지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로스쿨 교육기간 겨우 3년…세계서 유례없는 '속성 코스' 그렇다면 과연 로스쿨은 사법시험을 대체할 절대 우위에 있는 제도인지 살펴보자. 근본적인 로스쿨 도입 취지는 ‘시험에 의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 로스쿨제도는 입학 당시 법학에 대한 평가 없이 단지 영어와 LEET 성적, 몇 가지 스펙을 갖춘 서류와 면접으로 선발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입학했는지 알 수가 없다. 또 과거 사법시험제도하에서는 법학부 4년, 졸업 후 수험기간 평균 3~4년, 합격 후 사법연수원 2년 등 거의 10년을 공부해야 법조인이 될 수 있었던 반면 로스쿨은 교육 기간이 겨우 3년으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단기 속성 코스다. 더욱이 기존 법과대 교수들이 그대로 로스쿨 교수가 되는 바람에 평생 재판 경험도 없는 교수들이 학생을 상대로 재판 실무를 가르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실시한 로스쿨 인증평가 결과 교수 연구실적 미비, 학생 1인당 투자 교육비 미달 등의 문제로 18개 로스쿨 중 7개가 개선 권고 조치를 받는 등 부실한 학사 운영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만일 이와 같은 로스쿨제도의 문제점이 모두 해결되면 사법시험의 존속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시험은 유지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있다.

우선 로스쿨의 입학 장벽이 문제가 된다. 현재 사립 로스쿨은 학비가 연평균 2000만원이 넘는다. 국립 로스쿨을 합쳐도 2013학년도 연평균 로스쿨 등록금은 1533만1000원에 달하고 거의 매년 인상되고 있다. 로스쿨 3년간 각종 생활비, 교재비 등을 합하면 거의 1억원에 달하기에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쉽사리 수용할 수 없는 경제적 부담이 된다.

이에 대해 로스쿨 지지자들은 사법시험 역시 많은 비용이 요구되고 로스쿨에 충분한 장학금 제도가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것’과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은 다르다. 즉 사법시험의 경우는 ‘없는 사람들도’ 아르바이트를 통해 수험생활을 할 수 있다. 필자 역시 고시원 총무, 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사법시험 교재, 학원비 등을 충당한 바 있다. 그러나 로스쿨 학비는 개인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벌 수 있는 돈은 아니다.

장학금의 경우도 장벽이 높다. 일단 로스쿨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학부를 졸업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취약계층에는 처음부터 ‘올라갈 나무로 쳐다보지 못할’ 수도 있다. 또 대학에 부여된 장학재원은 한정된 것인데 학부나 기초학문에 가야 할 장학금을 대학원 과정인 로스쿨에 투입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한지 의문도 든다.
로스쿨과 사시 출신 변호사, 시장서 선의의 경쟁 유도를

변호사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일부에서는 서민계층에서 법조인이 되는 것이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인 시대는 지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적어도 법조인 선발은 장래에도 ‘용’이라 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를 가능성에 대한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다만 이와 같이 사법시험의 장점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왕에 도입된 로스쿨에도 개선의 기회는 충분히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법시험을 유지할 경우 로스쿨 운영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적정 인원(예컨대 300명 내외)을 선발하는 것이 타당하다. 궁극적으로 로스쿨 졸업자의 법조인 선발은 지금처럼 인원을 고정할 것이 아니라 사법시험 선발과 비교해 법조인 자격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자격시험으로 전환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즉 변호사시험 응시자가 법조인이 될 자격이 있는 경우는 전원 합격시키고, 반대로 자격이 부족한 경우에는 전원 불합격시키는 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한다.

얼마 전 온 국민의 관심을 끌고 감동을 주었던 영화 ‘변호인’의 실제 주인공인 고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려보자. 노 전 대통령은 가난한 집안에다 상고 출신임에도 노동을 하며 돈을 벌어 수험생활을 한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현 로스쿨 제도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인물이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그와 같은 인물이 되고 싶은 서민에게 적어도 기회는 줘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사회통합이며 공정사회 실현이라고 생각한다.

반대 '고시 낭인' 양산 국가적 손실…'시험 한번에 법조인' 안될 말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다. 폭정과 수탈에 짓눌리던 우리 민족의 한 맺힌 목소리다. 혹은 이들의 억하심정을 무마하기 위해 한 번씩 던지는 ‘그들’의 달콤한 교언일 수도 있다. 물론 개천에서 용은 나온다. 어려운 환경에도 사법시험에 매진해 ‘영감님’ 소리를 듣던 사람부터 대통령이 돼 세상을 바꾸고자 한 사람까지 이런저런 용들이 있었다. 하지만 몇 안 되는 이런 자수성가의 이야기에 가려진 다른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용을 꿈꾸며 수만번 몸부림쳤으나 결국 실패하고 개천의 밑바닥으로 되돌아가야 했던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 그 한 명만 믿고 희생하며 사시 준비를 뒷받침하던 가족의 쓰라린 이야기 말이다. 사회안전망도 제대로 못 갖춘 이 나라에선 ‘지금 네 처지는 네 무능함 때문’이라는 차가운 비난만이 유령처럼 그들의 쓸쓸한 어깨 위에 떠돌 뿐이다.

로스쿨제도로 인해 곧 폐지될 예정인 사법시험을 계속 유지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공허하다. 이 주장은 로스쿨은 비용이 많이 드는 ‘돈스쿨’이자 ‘귀족로스쿨’이라는 점을 이유로 내세운다. 하지만 이 주장은 명백히 퇴행적이다.

5% 확률에 시간·돈 '헛 투자'…사법개혁에도 역행 하는 것

우선 사법시험은 이제 더 이상 용을 만들지 못한다. 합격만으로 선민적인 특권을 누리던 과거의 법조인과는 달리 오늘날의 변호사는 더 이상 용이 아니다. 그저 여러 전문직 중 하나에 불과할 따름이다. 더구나 사시학원 등으로 이미 산업화돼버린 사법시험 준비 과정은 너무도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최근 10년간 사법시험 합격자들의 평균 연령은 약 28세다. 이는 대학 졸업 후 최소한 4~5년은 사법시험 준비에 전념해야 함을 의미하고, 그 기간의 생활비와 사시학원 등의 학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그러고도 오직 5% 정도만이 합격한다. 나머지 95%의 수험생은 자신의 청춘과 엄청난 경비를 투자하고도 아무 소득 없이 ‘고시촌’을 떠나거나 ‘고시낭인’이 돼 떠돌게 된다. 뛰어난 두뇌와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가장 비생산적이고 비경제적인 모습으로 도태되고 마는 것이다.

고졸 대통령의 ‘신화’ 또한 헛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의 사법시험은 고졸 학력만으로는 응시할 수 없다. 2004년부터 10여개 법학과목을 이수해야만 응시 자격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500명에 육박하던 고졸 응시자는 이때부터 7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최종 합격한 ‘고졸’ 응시자는 단 5명으로 합격률이 0.7%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사법시험을 통해 개천에서 용 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무의미한 일이다.

실제 사법시험처럼 법률가를 한순간의 시험으로 선발해서 사법연수원이라는 국가기관에서 단일한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으로 틀에 찍듯 생산하는 체제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일제의 지배를 받았던 한국과 대만만이 그럴 따름이다. 이 과정에서 대학의 법학교육은 사법시험의 시녀로 전락하고 공부깨나 한다는 학생들은 전공을 불문하고 사시학원으로 몰려드는 형국이 돼버렸다.
로스쿨 장학금·특별전형…사회·경제적 약자 배려도

로스쿨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도입됐다. 사법시험 유지론자들은 더러 학비 부담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변호사가 되기 어렵게 만든다고 로스쿨을 비판하지만, 이는 현실을 오도하는 주장이다. 현재 25개 로스쿨의 장학금 지급률은 평균 40%다. 로스쿨 학생 10명중 4명은 3년 동안 돈 한 푼 안 내고 다니는 셈이다. 더구나 이 장학금의 상당 부분은 경제 능력을 기준으로 지급한다. 최소한 10명 중 한두 명은 성적과 관계없이 집안 사정만으로도 등록금 부담 없이 변호사 자격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입시에서도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특별전형 절차를 거쳐 비교적 쉽게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다. 사법시험이 개인과 그 가족의 희생하에서만 도전 가능한 확률 5%의 투기라고 한다면, 로스쿨은 장학금과 특별전형이라는 사회적 배려를 통해 누구라도 변호사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합격률 75%의 안정적인 투자처를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로스쿨은 한계가 있다. 로스쿨의 수업이 낮시간 동안 풀타임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학업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직장을 떠날 수 없는 사람 혹은 육아, 간병, 기타 가사에 전적으로 종사해야 하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나름의 경제력을 갖춘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어설픈 개천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이 부분이다.

야간 로스쿨은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다. 186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야간 로스쿨은 사회경제적 소수자를 비롯해 낮시간 내내 사회생활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현재의 직업이나 가정을 떠나지 않고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로스쿨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한다. 나아가 이는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법률전문가로 진출할 수 있게 해 복잡한 법률서비스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한다.

모두가 빈곤하던 시절, 개천에서 나는 용은 우리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민주화와 산업화의 동시 이행을 자랑하며 경제대국을 선전하는 지금 이 시점에는 용이 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그 개천 자체를 없애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읽을 만한 자료△왜 학벌은 세습되는가(대니얼 골든, 2010)
△우리는 왜 로스쿨을 말하는가-로스쿨 지지자들의 편지(한상희 외, 2007)
△로스쿨은 끝났다(브라이언 타마나하, 2013)
△로스쿨을 주장하다-한국 로스쿨 탄생의 기록 (김창록, 2013)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