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산층 확대, 내수활성화의 필요조건

"중산층 40% 미만이란 설문조사
내수 위축 및 저성장의 주요 요인
채용늘리고 분배개선에 힘써야"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 >
한국 경제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하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엄청난 변화를 경험해 왔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변화의 핵심은 정부주도의 대기업 중심 경제로부터 ‘뉴 이코노미’로 일컬어지는 주주자본주의로의 전환이자 대폭적인 시장경제제도의 채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전환에 따라 정부와 재벌의 유착이 해소되고, 황제경영 체질을 갖고 있던 재벌의 존재도 상대적으로 독립성이 강한 동일자본 아래의 기업 간 연합체 성격으로 전환됐다. 이런 전환으로 재벌 내 기업들도 홀로서기가 불가피해져 관련 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부채비율도 500% 수준에서 20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런 재편에 따라 재벌은 그 때까지 축적해온 관점기술·경영자원을 선택과 집중방식으로 재조직하게 되는데, 이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세계적 기업이 출현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또한 부채비율이 크게 축소됐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경영 체질이 과거에 비해 크게 건실해졌다. 기업의 경영방식도 수익성을 무시한 무조건적인 덩치키우기식 기업운영에서 탈피해 중요도가 낮은 인적·물적 자원을 철저히 삭감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이는 식으로 전환했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처럼 한국 경제는 IMF 관리체제 이후에 개별기업의 경영 체질이 크게 건실해지는 성과를 이루었지만 그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몇 가지 폐해를 낳은 것도 사실이다.

첫째, 분배구조를 악화시켰다. IMF 체제 이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 당시 일반 가계의 70~80%가 스스로 중산층이라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이 최근 조사에서는 40%대 수준으로 급락했다. 설문조사이기에 주관적인 성격이 강한 것도 사실이나 지니계수 등 분배구조를 나타내는 몇 가지 지수를 보면 분배구조가 악화된 것은 분명하다. 기업 경영활동의 목표가 주주이익 극대화에 놓이다 보니 종업원 퇴출과 비정규직 채용이 늘고, 이에 따라 기업에 남아 있는 종업원과 퇴출된 종업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소득격차가 크게 확대됐다. 이런 격차의 확대는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내수를 위축시켜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키는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둘째, 최근 들어 동반성장이 강조되는 데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성장성이 약화된 게 사실이다. 이전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계열화가 강조돼 중소기업의 성장과정에 대기업의 자금, 기술, 경영자원 등을 활용함으로써 대기업으로 하여금 계열·하청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게 했다. 그러나 IMF 관리체제로 된 이후에는 경영환경이 개별기업으로 하여금 자체 성장에만 전념하도록 했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의 지원을 거둬들이게 되고 이에 따라 상대적 취약그룹인 중소기업의 경영구조가 열악해졌다. 셋째, 신규인력 채용의 축소다. 기업들은 생존과 성장을 위한 당연한 선택으로 이미 기술·경영자원을 확보한 인력만 선택하고, 잠재력은 있으나 아직 기술·경영자원을 갖지 못한 신규인력 채용은 축소하고 있다. 개별기업 차원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으나 청년실업을 초래할 뿐 아니라 신규 인력을 양성하지 못해 중장기적으로 기술·경영자원을 갖춘 인력의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요망된다고 하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뉴 이코노미의 한계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이후 뉴 이코노미적 경제운영 방식이 크게 수정되고 있다. 한국 경제도 IMF 관리체제 초기의 뉴 이코노미적 경제운영이 개선되고 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이런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정비에 더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