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급증하는 의료비, 건강보험이 언제까지 감당하겠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건강보험 급여와 환자 부담금을 합친 진료비 총액이 50조9541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건강보험 진료비가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6.5%로, 2010년(10.9%) 이후 가장 높았다. 1인당 연간 진료비도 102만원으로 처음으로 100만원을 돌파했다. 2006년 60만원 정도였으니 7년 만에 1.7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건강보험 적용인구 50대 이상의 장년·노년층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고령화 추세로 인해 65세 이상 고령자의 의료비 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적용자 중 고령자 비중은 11.5%였지만, 진료비는 18조원을 넘어 전체의 35.4%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1인당 연간 진료비는 314만원으로 평균치의 세 배를 훌쩍 넘었다. 고령자 1인당 진료비는 2007년 207만원, 2010년 296만원, 2012년 307만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은 2018년에 65세 이상 인구비중인 고령화율이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이때쯤에는 노인 의료비 비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같은 건강보험으로는 감당 못할 상황이 곧 닥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료비 부담을 건강보험으로 메우려면 2020년께엔 보험료를 두 배로 올려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당장 낮은 의보수가, 약가 후려치기로 꾸려가는 건강보험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건보가 3년 연속 흑자를 내는 동안 병원과 제약업체는 다 죽어가고 있다. 이번 의사들의 파업도 이 때문이다.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노인의 의료 쇼핑을 부추기고, 환자 병원 의사 모두의 모럴해저드만 키우는 제도가 지금의 건강보험이다. 이런 사회주의 제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노인용 의료보험을 강구하고, 여유층은 민간 의료보험으로 가게 하는 대개혁이 필요하다. 그래야 의료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수 있는 길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