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 라이프] 석위수 사장 "中서 150시간 걸리는 제품, 창원선 10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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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전 이 순간 - 석위수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1983년 삼성중공업의 경남 창원 공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날 공장장이 결재를 받으러 온 한 과장에게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몇 번이고 결재를 거부했다. 그러자 과장이 “나도 다음에 공장장을 할 사람인데, 내가 하면 그렇게 부하직원 애를 먹이지 않겠다”고 치받았다.
비전 분명히, 목표 꼭 달성하는 '제너럴 석'
독일도 창원식 시스템 채택
공장 재고 '제로' 성공…볼보그룹 생산 시스템으로
그 공장장이 맹랑한 과장을 지그시 올려다보며 “내가 3대 공장장인데 너는 언제 공장장하겠느냐”고 하자 과장은 숫자를 세어보다 “한 7대 공장장쯤 하면 되겠다”고 했다. 삼성중공업 건설기계 부문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스웨덴계 볼보그룹에 인수됐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이듬해 7대 공장장으로 16년 전 공장장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미스터 석’을 임명했다. 2009년부터 볼보건설기계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석위수 사장(64·사진)이다. 그는 볼보건설기계 아시아오퍼레이션 총괄 사장이기도 하다.
지금 볼보그룹 내에서 그를 모르는 임원은 별로 없다. 자신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적시하고, 달성하는 스타일 때문에 ‘제너럴 석(석장군)’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는 창원공장장과 독일공장장을 겸임하며 독일에 창원식 공장 시스템을 도입해 재고를 ‘제로(0)’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2010년에는 이를 볼보그룹 전체에 적용하는 ‘볼보 프로덕션 시스템(VPS)’으로 발전시켰다.
지금 그가 당면한 도전은 창원 공장의 경쟁력을 어떻게 하면 자사 내 다른 공장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느냐다. 달리 말하면 창원 공장의 생존전략이다. 그는 “볼보에 수없이 많은 생산기지가 있는데 이들과의 격차를 벌릴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석 사장은 “볼보 본사에서 100만스웨덴크로나(약 1억6800만원)어치 물건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공장별로 비교하는데, 창원공장이 100시간이라면 미국·유럽은 150~200시간이고 중국도 140~150시간 수준”이라고 했다. 아직은 창원 공장의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모델이라도 창원 생산물량이 더 질이 우수하다고 업계에 인식돼 있다”며 “불량률이나 불량제품 보증에 드는 비용이 다른 지역 생산품의 50~60%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석 사장은 “한국에서 물건을 만들면 원자재를 들여오고 다시 수출하는 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예를 들어 유럽보다 1대당 생산비가 1000만원 이상 낮아야 한다”며 “가격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연구개발(R&D)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위협으로는 중국을 꼽았다. “중국이 아직 국산화율이 낮아서 제품 경쟁력이 창원공장 생산품에 비해 떨어지는 탓에 한숨 돌릴 수 있지만, 앞으로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확대하고 기술력이 좋아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는 6월에 지을 예정인 창원 테크놀로지 센터가 공장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석 사장은 “외국인 인력을 포함해 수백명이 근무하게 될 중장비 R&D 센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