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국의 이틀과 한국의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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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일본의 카메라업체 니콘이 지난 17일 중국 소비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문제가 된 제품은 보증기간 이후에도 무료로 수리해주고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신상품으로 교체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관영 CCTV의 소비자의 날 특집 프로그램인 ‘315완후이’에서 D600 카메라의 품질 문제를 지적한 지 이틀 만이다.
이 프로그램은 니콘의 대표 카메라 중 하나인 D600 모델의 불량 문제를 제기했다.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흑반점이 나타난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문제가 된 ‘결함’이었다. 미국에서는 신상품으로 교환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에 나온 중국 니콘의 서비스센터 직원은 “스모그로 인해 먼지가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무료 수리를 거부했다. 방송이 나간 직후 징둥상청 톈마오 등 유명 온라인 쇼핑몰들은 상품목록에서 D600 카메라를 지워 버렸다. 다음날 아침 모든 신문은 니콘의 카메라 품질 불량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다. 관할 부서인 상하이공상국은 니콘의 중국법인을 방문 조사한 후 D600 판매중지 명령을 내렸다. 품질 문제가 아니라던 니콘도 ‘무조건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었다. D600은 2012년 11월 한국에서 출시된 후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문제를 지적받았다. 그러나 니콘은 “먼지 영향일 뿐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작년 2월에 처음 수리접수를 권고하는 공고를 냈을 뿐이다. 그 후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이고 한국소비자원이 중재에 나서자 올 2월에야 무상 점검과 셔터 등 관련부품 교환을 시작했다. 니콘은 이 과정에서 품질 문제에 대해 한국 소비자에게 사과를 하긴 했다. 하지만 새 제품으로 교환해준다는 말은 없었다. D600 제품은 한국 시장에서 여전히 팔리고 있다.
요즘 중국의 ‘파워’에 대해선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중국의 내수시장 규모도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니콘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콘의 차별적인 대응방식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상처가 될 듯하다. 이젠 한국 소비자들이 니콘과 ‘전쟁’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