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해외 수주 전쟁터'서 만난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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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건설부동산부 기자 3code@hankyung.com“오늘은 30도 초반이니 선선한 편이네요. 한여름에 모래폭풍까지 부는 날이면 그야말로 꼼짝할 수 없는 신세가 됩니다.”
지난 10일 카타르 수도 도하 북쪽에 있는 오나이자IC 공사현장. 강렬한 태양볕 아래 돌을 깨며 윙윙대는 굴삭기 소리만 귀에 들어왔다. 각종 중장비가 동원돼 10여m 아래로 땅을 파고 바닥을 다지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장을 책임진 하영천 현대건설 상무는 “최악의 작업 환경이지만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공사여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카타르 신도시인 루사일과 고층 오피스 밀집 지역인 웨스트베이를 연결하는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를 위해 오나이자IC를 포함한 도심 곳곳에서 토목공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 파견된 엔지니어들은 인도 네팔 등 제3국 인부들을 이끌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현장의 고충은 날씨뿐만이 아니었다. 하 상무는 “이곳 지하암반은 석회질이 많아 철근 등이 부식되기 쉽다”며 “방수 공사에 한국보다 5배 정도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공사 지역은 도심 중앙의 왕궁과 세계 각국 대사관 등이 밀집돼 있는 곳. 기존 도로를 확장·개선하는 것과 동시에 현재 도로를 대체할 임시 우회도로도 만들어 교통난을 해소해야 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우회도로를 만드는 데 협의해야 할 관계기관만 25개, 받아야 할 인·허가만 200여개에 달한다”고 전했다.
현재 공정률은 23%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한국 근로자들은 국내 건설사들에 ‘기회의 땅’으로 부상한 카타르에서 ‘한국 건설의 저력’을 보여주기 위해 쉼 없이 뛰고 있었다.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을 앞두고 도로 지하철 공항 등 주요 기반시설을 모두 손보고 있고, 글로벌 건설사들의 수주 전쟁터로 꼽힌다. 국내에서 해외 건설사업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다. 지난해 건설회사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적잖은 손해를 봤다. 대형사들이 중동에서 저가로 공사를 수주해 대규모 손실을 내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땀을 흘리며 묵묵히 일하고 있었다. 이들에게서 올해 ‘제2의 건설 보국’을 꿈꾸는 한국 건설산업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김동현 건설부동산부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