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산업, 콘텐츠·방위산업 맞먹는 '수출 효자' 변신

제지산업, 오해와 진실 (3·끝) 내수·사양산업? 첨단 수출산업!

아트지 수출비중 64% 달해…산업용 포장재 가파른 성장
특수용지 개발에 집중 투자…수출규모 10년새 2배 늘어
울산에 있는 무림P&P공장에서 직원들이 수출용 인쇄용지를 지게차를 이용해 운반하고 있다. 무림P&P 제공
#1. 한솔제지 대전공장에는 하루 평균 110대의 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든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세계 54개국으로 수출되는 백판지(과자포장지 등으로 사용되는 산업용지)를 실어나르는 차량이다.

김진만 한솔그룹 홍보팀장은 “신문·출판용지는 수요가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지만 산업용지 쪽은 연 매출이 5%씩 늘고 있다”며 “백판지나 감열지 등 산업용지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2. 신문용지 업체인 전주페이퍼는 라면봉지를 개발 중이다. 시중 제품은 비닐포장지에 알루미늄박을 입혀 만드는데 가격이 비싸다. 전주페이퍼는 재생용지를 이용한 라면봉지를 개발하고 있다. 재료 값이 싸기 때문에 기존 포장지 가격의 80%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 주우식 전주페이퍼 사장은 “연말까지 제품 개발을 끝내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산량의 30% 수출

제지산업에 ‘내수·사양산업’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2012년 기준 국내 제지 생산량은 1133만이다. 미국 중국 등에 이은 세계 6위다. 이 중 28%가 수출되고 있다. 금액으로는 33억2000만달러어치다. 10년 전(2002년 16억3000만달러)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방위산업이나 콘텐츠산업(게임·음악·공연·책 등 문화산업) 수출액과 맞먹는 규모다.

특히 신문용지와 아트지로 불리는 고급 인쇄용지 수출이 많이 늘었다. 지난해 아트지는 전체 생산량의 63.8%를, 신문용지는 54.3%, 백판지는 52.7%를 수출했다. 중국 인도 동남아 등 신흥국에서 지속적인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제지업계는 현재 19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종별로는 정보통신 기술 발달로 신문·인쇄용지 수요는 감소했지만, 포장재로 쓰이는 골판지원지나 백판지 등은 홈쇼핑과 택배시장 성장 등의 요인으로 계속 수요가 늘고 있다. 무림페이퍼와 한솔제지 등은 기존 인쇄용지 생산라인을 감열기록지 및 산업용 특수지 생산시설로 교체했다.

○부활의 비결은 혁신

한솔제지는 감열지와 글라신지, LCD유리간지 등 특수용지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감열지는 열을 가하면 글자나 이미지가 종이에 표현되도록 종이 표면을 특수약품으로 처리한 제품이다. 신용카드 전표나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영수증, 버스·철도 티켓, 택배용 라벨 등에 쓰인다. 글라신지는 코팅을 하지 않은 박리지(얇은 종이)로 택배 라벨용으로 제작된다. LCD유리간지는 LCD나 LED 디스플레이를 운반할 때 유리 사이에 끼우는 종이로 표면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된다. 일반 인쇄용지는 당 가격이 100만원 수준인 데 비해 이들 특수용지는 가격이 최소 40%, 많게는 몇 배까지 더 나간다.

김형진 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교수는 “제지업계가 끊임없는 혁신과 자기 변신을 통해 수출첨단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