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600여개 기업 슈퍼주총, 감사 교체 봇물…'섀도 보팅' 폐지 前 우리사람 미리 심기?

교체 앞당기고
주총안건에 감사선임이 27%…감사 물갈이 잇따를 듯

정관 바꾸고
제3자 신주배정 유리하게…16개 그룹 정관 개정 작업

기관 눈치보고
메트라이프·베어링운용, 반대의견 내겠다 선언
662개 상장사가 21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연다. 166개 상장사가 동시에 주총을 개최한 14일에 이은 ‘슈퍼 주총데이 2라운드’다. 이번 주총의 관전 포인트는 감사 교체 바람이다. 섀도보팅(shadow voting·그림자 투표) 제도가 내년부터 없어진다는 점을 감안, 일찌감치 대주주 입맛에 맞는 인물을 뽑으려는 상장사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거세진 감사 교체 바람 20일 주주총회 의안분석 전문업체인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감사를 중도 퇴임시키고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 기업은 지난해에 비해 14% 증가했다. 주총에서 섀도보팅을 가장 많이 적용하는 의안이 감사 선임(전체 의안의 27.4%)이라는 점을 감안, 전략적으로 움직인 기업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섀도보팅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를 참석한 것으로 처리하되, 표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유가증권 상장회사의 30%, 코스닥 상장회사의 39%가 섀도보팅을 활용하고 있다. 기존 감사를 중도 퇴진시키고 새 감사를 선임하면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감사를 옆에 둘 수 있다. 감사 임기가 2년이기 때문이다. 감사를 중도에 교체하지 않을 경우 내년 섀도 보팅 폐지로 감사 신규 선임에서 최대주주 의중을 반영하기 어려워진다. 백지영 서스틴베스트 연구원은 “내년부터는 대주주를 협조해줄 만한 기관투자가가 많지 않은 회사들은 감사 교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라지는 신주 배정 원칙 전체 주주에게 참여 의사를 묻지 않아도 특정인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꾸는 상장사도 눈에 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30개 그룹 상장 계열사 190개 중 35개(18.4%), 그룹별로는 30개 그룹 중 53.3%에 해당하는 16개 그룹이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기존 법령에 따르면 전체 주주에게 의사를 먼저 물은 뒤 기존 주주가 참여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해야 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이사회 결정으로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것이 허용됐고, 이 조항을 활용하기 위해 상당수 기업이 정관을 바꾸고 있다는 설명이다.

○입김 세진 기관들 일부 기관, 자산운용사 등은 이날 주총에서 반대 의견을 낼 예정이다. 메트라이프생명보험은 에쓰오일 주총(지분율 0.28%)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의 이사 선임을 반대하기로 했다.

베어링자산운용은 같은날 열리는 기업은행, 롯데쇼핑, 벽산, 풍산, 휴비츠, SK이노베이션 등의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주총(지분율 0.01%)에서는 전환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하겠다는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하기로 했다. 주식가치 희석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 주총에서는 이사 수가 줄었는데도 보수한도 총액을 150억원으로 유지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기로 했다.

■ 섀도 보팅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을 참석한 것으로 처리하되, 투표한 주주들의 찬성과 반대 비율대로 나눠 표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지 않도록 1991년 도입됐다. 최대주주의 독단 경영 병폐가 지적돼 내년 폐지될 예정이다.

김희경/이고운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