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기부…코이카 임원의 '아름다운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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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식 선임이사 "시리아·아이티 어린이들에 공책 한 권 마련해주고 싶었다"“2010년 1월 아이티 대지진 현장에서 함께했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단원들과 119구급대원 의료진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반 세기 전 우리나라가 외국 젊은이들에게 진 빚을 조금씩 갚는 것 같았거든요.”
23년 근무…사재 포함해 1억 마련
유학 시절 미국 원조 활동 부러워
이제야 외국에 진 빚 갚는 기분
이달 말이면 23년간 근무한 직장을 떠나는 장현식 코이카 선임이사(58)는 21일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구슬땀을 흘렸던 외국 젊은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이 있을 수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장 이사는 코이카를 떠나며 받는 퇴직금에다 자신의 사재를 보태 마련한 1억원을 사내에 기부하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그가 내놓기로 한 1억원은 다음달 중순 출범할 코이카 복지재단(가칭)의 종잣돈이 된다. 지구촌 빈곤아동들에 대한 지원과 코이카 직원 복지를 위해 쓰일 예정이다. 장 이사는 “내전과 재난에 시달리는 시리아, 아이티 어린이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며 “적은 돈일지라도 그 아이들에게 축구공 하나, 공책 한 권이라도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학 시절 지켜봤던 미국의 활발한 해외구호활동이 부러웠다는 그는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곧바로 코이카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당시만 해도 공적개발원조(ODA)에 대한 밑그림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라 해외 원조기관들을 숱하게 방문하며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야 했다. 장 이사는 “1997년부터 2년 동안 파리에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사무국에서 일하면서 선진국의 원조정책을 배울 수 있었다”며 “2010년 한국이 개발원조위원회에 정식으로 가입하며 한국 ODA 모델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44개국에서 100명의 코이카 직원과 2000명의 봉사단원들이 곳곳을 누비고 있다”고 말했다. 장 이사는 “해외 활동을 흔쾌히 동의해준 아내에게 가장 고맙고 미안하다”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우리나라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계속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