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규제 없애라 - 한경 기업 신문고] 계획관리지역內 허용된 공장도 막다니…'풀뿌리 규제'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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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행부, 바뀐 법령 반영 안된 조례 연말까지 개선“같은 법령에서 위임한 내용인데도 지방자치단체마다 조례에서 정한 내용이 너무 달라 투자 희망기업을 설득하기가 힘들었다.” 한 광역지방자치단체 기업유치 실무팀장의 실토다. 그는 “대통령이 직접 규제개혁을 주문하고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며 “효율성을 높이려면 지자체들이 제각각 양산한 규제를 하루빨리 일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간산업단지 분양수익, 조성원가의 6%로 억제
◆법령 무시하는 지방 규제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지방규제는 모두 5만2541건이다. 이 중 지자체 규제는 16.4%인 8595건, 나머지 83.6%인 4만3946건은 중앙 정부가 위임한 규제다. 지방규제 중에는 법령 위임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 적지 않다.
민간이 자체 개발한 산업단지를 분양할 때 받을 수 있는 적정이윤의 범위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산업단지 민간개발자에 대한 적정 이윤율은 조성원가의 15% 범위 내에서 시·도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돼 있지만 대부분은 국토교통부 지침인 6% 이하를 일괄 적용하고 있다. 충남만 유일하게 충남발전연구원 연구용역을 토대로 10% 이하로 상향 조정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이윤의 규모가 크게 달라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것은 물론 민간개발 투자가 억제되는 만큼 올해 중 반드시 조례 개정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공장입지 업종제한도 조례 개정이 뒤따르지 않아 지방규제가 된 사례다. 2009년 7월 개정된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도시지역 편입 예상 등으로 관리가 필요해 지정하는 계획관리지역 내에서도 대기·수질 유해물질 배출 기준 등만 충족하면 업종에 관계없이 공장 설립이 가능토록 했다. 그럼에도 파주시 등 9개 지자체는 조례에 업종 제한을 규정해 설립 자체를 원천 차단했다.
◆주민 위해 필요한 것만 도입해야
전문가들은 이해관계가 일선 현장에서 첨예하게 맞서는 만큼 지자체의 규제는 커지는 속성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앙 정부가 특정 규제를 100으로 만들면 지방 정부는 120까지 늘리는 사례가 많다”며 “지역마다 특성이 있어 규제가 늘어날 수도 있지만 규제의 상당수는 지자체장 지시나 지방 공무원의 뜻에 따라 일방적으로 정해진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번 만들어진 지방 규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지자체가 규제 개혁에 나선다고 해도 조례를 만드는 지방의회가 반대하면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규제 도입 때 지자체 공무원은 물론 전문가들과 주민이 함께 모여 규제가 주민들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말까지 상위법 불일치 조례 개선 안행부는 각종 풀뿌리 규제의 근거가 되는 지자체 조례를 올해 말까지 모두 제·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안행부 2차관 직속의 지방규제개혁추진단을 발족해 최근 활동에 착수했다.
안행부는 지자체별로 구성·운영 중인 도시계획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가 부정기적으로 열리고 심의도 늦어져 또 다른 규제가 된다고 보고 위원회 활동을 적극 개선키로 했다.
이경욱 안행부 2차관은 “적극 행정에 대해서는 면책제도를 강화하고 노력 우수 지자체에는 보조금 지급을 늘리는 등 규제개선 분위기를 만들겠다”며 “중앙공무원교육원 등에 규제개선 전문교육 과정을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기호 선임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