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4주기] "제2 천안함은 없다"…초계함에 '30cm 물체 탐지' 레이더 탑재

STX엔진, 첫 국산화 …내년까지 15척에 장착

최첨단 신형탐지레이더
전기 사용 ↓·부품 수명 ↑

해군, 모든 함정 교체 계획
1대 가격 수입보다 3억원 ↓
4000억 외화 절감할 듯
< “北 어뢰가…” 생존 승조원의 설명 > 천안함 피격 사건 4주기를 사흘 앞둔 2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북한산 어뢰 추진체 모형 앞에서 생존 승조원 송민수(오른쪽부터)·육현진·정용호 중사가 관람객에게 천안함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수면 근처로 떠오른 잠수함이나 적군을 탐지할 수 있는 최첨단 레이더가 국내 기술로 처음 개발됐다.

23일 방위사업청과 해군, 업계에 따르면 STX엔진은 2011년 5월 해군 함정 탑재용으로 신형탐지레이더 체계의 자체 개발에 착수, 37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끝에 지난해 4월 시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신형탐지레이더는 진공관으로 제작돼 부피가 크고 부품 수명도 짧은 기존 항해레이더와는 달리 전력 소모가 적고 부품 수명도 긴 반도체전력증폭기(SSPA) 방식으로 개발돼 잔잔한 파도에서는 30㎝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침 후 수면 위에서 헤엄치며 구조를 기다리는 아군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잠수함의 잠망경이나 아군 함정에 몰래 침투하려는 적군의 식별도 가능하다. SSPA 방식의 특성상 고장이 나더라도 탐지거리만 줄어들 뿐 기본 기능은 유지된다. 실제 작전과정에서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신형탐지레이더는 지난해 하반기 통합시험평가와 후속운영시험평가에서 전투용으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말 2대가 해군에 납품됐다. 현재 익산함에 실려 운용 중이다. STX엔진은 ‘저전력-고효율’의 무기체계 국산화 업적을 인정받아 방사청과 양산사업계약을 맺고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군 관계자는 “SSPA 방식의 항해레이더 개발 기술은 그간 덴마크 영국 등 일부 해상선진국만 갖고 있었다”며 “국산 신제품은 덴마크 테르마사의 ‘스캐너 6000’이나 영국 캘빈 휴거스사의 ‘샤크아이’도 탐지하지 못하는 초소형 표적을 탐색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으로 승조원 104명 중 58명이 구조되고 46명이 전사한 뒤 같은해 6월 합동참모회의를 열고 유사 사고 재발 시 피해 최소화 등을 위해 수면 위에 떠 있는 사람(水泳者)을 탐색할 수 있는 레이더를 개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해군은 신형탐지레이더를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초계함(1200t급) 15척에 2015년까지 우선 탑재한 뒤 모든 함정의 항해레이더를 단계적으로 신형탐지레이더로 바꿀 방침이다. 현재 해군 함정에 장착된 항해레이더는 모두 수입제품이다. 국산품으로 모두 교체되면 약 4000억원의 외화를 아낄 수 있다. 신형탐지레이더는 기존 항해레이더보다 운용유지비도 30~40%가량 덜 들어간다. 군 관계자는 “신형탐지레이더 개발로 해군의 감시정찰능력이 향상됐고 자주국방력 강화에도 기여하게 됐다”며 “부속장비를 국내에서 유지보수할 수 있고 관련업계의 기술 수준도 높아지는 효과가 겹치면서 연간 600명가량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형탐지레이더는 민수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국내외 군뿐만 아니라 민간 선박은 항해레이더를 필수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해외의 비슷한 성능을 지닌 항해레이더가 대당 10억원 선인 데 비해 신형탐지레이더는 7억원에 양산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신형탐지레이더는 한국해군전술자료처리체계(KNTDS) 등 해군 내 각종 정보체계와 연동될 경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장상황을 인식한 뒤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