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IT 업계 CEO 달래는 버락 오바마

'인터넷 감청' 양해 구했지만 저커버그 "정보보호 조치 미흡"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보기관의 감청 등을 비판해온 정보기술(IT) 업계 최고경영자(CEO) 달래기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 금요일 백악관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에릭 슈밋 구글 회장 등 6개 IT업체 수장과 2시간 넘게 면담했다. 양측은 국가안보국(NSA) 등 정보기관의 인터넷 감청과 IT서비스의 신뢰성 하락 문제를 놓고 집중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는 “대통령은 국민의 사생활을 최대한 보호하면서도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활동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회동 후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솔직한 대화를 나눴지만 정부의 개인정보 보호 조처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회동은 NSA의 전화·인터넷 감청이 폭로된 이후 IT업계의 비난이 지속되자 오바마 대통령이 이들에게 일종의 ‘양해’를 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13일 페이스북 글에서 “미 정부는 인터넷 위협자가 아니라 수호자가 돼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 IT업계는 NSA 등 정보당국이 비밀법원의 영장만으로 이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 동영상 등을 뒤져볼 수 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기업 신뢰도가 떨어져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뉴욕타임스는 감청 파문으로 미 IT업계의 손실액이 전체 매출의 4분의 1인 18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브라질 정부 고객을 잃었고, IBM은 외국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10억달러 이상을 들여 서버 시설을 해외에서 짓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