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섹, 왓슨에 57억弗 투자…아시아 최대 갑부 리카싱 지분 25% 인수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아시아 최대 갑부 리카싱이 이끄는 소매업체 A S 왓슨의 지분 24.95%를 57억달러(약 6조1600억원)에 인수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1일 보도했다. 테마섹의 해외 투자 사상 최대 규모다.

왓슨은 1828년 중국 남부의 작은 약국으로 시작해 현재 12개국 4400여개 매장을 보유한 세계 최대 건강·미용 전문 유통회사다. 중국 시장 점유율은 25%에 달한다. FT는 “테마섹이 최근 아시아와 남미 등 신흥국 중산층이 급증할 것을 염두에 두고 소비재 투자를 확대하는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며 “이번 인수로 왓슨스의 2대 주주가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86)은 모회사 허치슨왐포아그룹에서 왓슨을 분사해 영국 런던 증시와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위기를 벗어나 회복세에 접어든 유럽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전략의 하나다. 최근 1~2년 새 리 회장은 유럽 내 통신과 전력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반면 중국 대륙, 홍콩 등에 투자를 축소하는 등 중화권 철수 행보를 보여왔다. 그 결과 지난해 허치슨왐포아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20% 급증한 311억홍콩달러(약 4조2796억원)를 기록했다.

FT는 “리 회장은 몇 년째 기업공개(IPO) 시점과 장소를 두고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며 “IPO 시기를 잠시 미루고 전략적 투자자를 찾아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테마섹의 이번 인수를 감안하면 왓슨의 기업가치는 228억달러에 이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했다. 허치슨왐포아 측은 “지분 매각으로 나머지 지분 가치를 알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진 셈”이라며 “테마섹과 협력해 왓슨을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카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왓슨을 2~3년 내 홍콩과 싱가포르에 상장할 것”이라며 “올해는 IPO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