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규제 없애라] 임차인에 '바가지' 씌우는 국유재산법

한경 기업 신문고

재계약땐 임차료 기준 바꿔
두배 이상 오르는 경우도…캠코 "싫으면 나가라"
2009년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국가 소유의 땅을 빌려 쓰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임차료를 두 배 올려달라는 요구에 깜짝 놀랐다. 경기 고양시의 토지 2974㎡(약 900평)를 임차하면서 작년까지 연간 4238만원의 임차료를 냈는데 올해부터는 8550만원으로 올려 달라는 요구였다.

김씨는 “한두 푼도 아니고 갑자기 4000만원 넘게 올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시설투자를 상당히 했는데 이를 날릴 수도 없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캠코는 관련 법상 임차료를 깎아주는 것이 불가능하며 인상된 임차료를 받아들일 수 없으면 해당 토지에 대한 임차권을 다시 낙찰받아 사용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김씨 같은 사례가 발생한 것은 국유재산법의 모순 때문이다. 국유재산법은 2011년 수의계약으로 국토를 임차했을 때 5년이 경과하면 한 번 더 계약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임차인의 사업 안정성을 보강하기 위한 조치였다. 문제는 임차료다. 임차료는 땅값에 임차요율(토지는 5%)을 곱해 결정되는데, 재계약할 때는 무조건 개별 공시지가를 적용하도록 돼 있다.

김씨의 경우 처음 임차할 때는 공시지가의 40% 수준에서 땅값이 결정됐다. 캠코가 진행한 임대 경매에서 10%씩 가격을 낮춰 여덟 번이나 입찰에 부쳤지만 실패해, 김씨가 수의계약으로 5년간 임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계약 첫해인 2009년 3680만원을 내고 매년 공시지가 인상률 수준으로 임차료를 올려줬다. 하지만 재계약을 하려다 보니 땅값 기준이 공시지가로 변하면서 임차료가 급등했다. 2013년 현재 공시지가는 ㎡당 57만5000원, 여기에 토지면적 2974㎡를 곱해 토지가격을 산정하고 임차요율 5%를 곱하니 8550만원이 됐다.

국유지를 임차하면서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비단 김씨만이 아니다. 캠코가 수의계약으로 임대한 토지의 대부분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개별 공시지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됐기 때문이다. 캠코에 따르면 작년 토지 임대 낙찰가율은 공시지가의 76%에 그쳤다. 수의계약은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5년 임차기간이 끝나면 상당폭의 임차료 상승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일부 임차인들은 급등한 임차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재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차인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개정된 국유재산법이 결과적으로 임차인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땅을 빌려 시설을 설치하고 영업을 해서 기껏 자리를 잡았더니 재계약을 한다면서 시장가격보다 비싼 임차료를 내라고 강요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캠코도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임차인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곤란하지만, 법의 취지를 살리려면 재임대 때 시가에 따라 임차료를 산출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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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