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신종 'BW꺾기'에 주주들 뿔났다

케이디미디어 소액주주 "주주가치 훼손했다" 회계장부 열람 요청

메리츠證 대상 100억 BW 발행
조달자금 한푼도 못쓰고 묶여
대주주는 신주인수권만 되사
▶마켓인사이트 3월 25일 오후 2시10분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한 신종 ‘꺾기’ 수법으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에 대해 주주들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회계장부 열람 소송을 제기했다. ‘BW 꺾기’란 증권사가 상장사의 사모 BW를 인수하는 대가로 조달 자금을 해당 증권사 상품에 가입하게 한 뒤 담보로 잡는 것으로, 주주들의 소송 대상이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 2013년 9월24일자 A22면 참조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미디어업체 케이디미디어의 일부 주주가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 회사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 신청을 위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케이디미디어가 지난해 실시한 ‘BW 꺾기’로 인해 회사가 손실을 봤고, 주주가치도 훼손됐다는 이유에서다. 케이디미디어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메리츠종금증권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사모 BW를 발행한 시점은 작년 5월. 하지만 케이디미디어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조달 자금을 한푼도 쓰지 못했다. BW 발행 등으로 마련한 103억원이 메리츠종금증권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묶여 있어서다. BW 채권을 들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은 103억원을 담보로 질권을 설정했다.

A증권사 관계자는 “BW를 인수한 증권사는 조달자금을 담보로 잡고 아무런 위험 없이 수수료를 챙기고, 상장사 대주주는 BW를 인수한 증권사로부터 신주인수권만 되사들이는 방식으로 손쉽게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작년 8월 분리형BW 발행 금지를 앞두고 이런 식의 ‘BW 꺾기’가 성행했다”고 설명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운영자금으로 쓸 수도 없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BW 발행비용 및 사채이자 등 상당한 비용을 들인 셈”이라며 “일반 주주 역시 신주인수권이 행사되면 주식가치가 희석되는 만큼 일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디미디어의 경우 메리츠종금증권이 100억원 규모 BW를 인수하는 동시에 80억원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을 대주주인 티아이지홀딩스 등에 넘겼다.

케이디미디어의 일부 주주는 티아이지홀딩스가 2012년 9월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회사가 뒷걸음질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케이디미디어는 2012년 적자(-47억원·연결기준)로 돌아선 데 이어 작년에는 순손실 규모가 80억원으로 불었다. 주가는 1년6개월 동안 70% 가까이 급락했다. 한 주주는 “회계장부를 열람해 ‘BW 꺾기’ 관련 경영진의 배임 소지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케이디미디어 관계자는 “당초 메리츠종금증권에 부동산을 담보로 맡겼으나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당 부동산을 팔면서 작년 말 현금을 담보로 맡긴 것”이라며 “자금 수요가 생기면 메리츠종금증권과 협의해 담보를 푸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정/조진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