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 많이 쓴다는 식의 엉터리 통계가 난무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이 시민의 수돗물 사용량을 국제 비교하면서 국가별로 서로 다른 단위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서울연구원은 며칠 전 공개한 자료에서 서울시민의 수돗물 사용량이 286L로 뉴욕 등 미국 도시의 100~200L보다 훨씬 많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물 사용량 단위인 갤런을 L로 환산하지 않아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실제 뉴욕의 물 사용량은 100~200갤런으로 380~760L에 달한다. 사소한 오류로 사실과 정반대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서울연구원은 뒤늦게 잘못을 시인하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처음 이 자료가 공개될 때부터 수돗물 가격 인상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경위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우리는 서울시나 서울연구원이 고의로 또는 악의적으로 자료를 조작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실무자들의 단순 실수였을 것이다. 문제는 사소한 실수가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통계가 위험한 것은 고의 과실로 오용되거나 오독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4대 그룹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이른다는 식의 지적도 그렇다. 매출을 부가가치의 합인 GDP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지만 이런 식으로 대기업을 악마로 만들어 내고 만다. 대형마트 매출이 9조원 느는 동안 재래시장은 9조원 줄었다는 통계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가 재래시장 손님을 고스란히 빼앗아간 것 같지만 경제 규모 확대와 온라인몰 급성장 등의 요인은 무시한 주장이다. 우연한 일치는 악의적인 왜곡을 거쳐 대부분 좌익적 정치 선동에 동원된다.

통계는 사회를 읽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수치를 조작하거나 고의로 오독한다면 없느니만 못하다. 또 이런 거짓말에 기초해 정책이 만들어지고 정치가 결정된다면 모두에게 재앙이 될 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비롯해 엉터리 통계 수치가 우리 사회에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