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김수천 사장, 매주 한차례 5~10명 현장 직원들과 점심식사…격의없는 대화가 회사의 '긍정 DNA'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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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공 비법은 - 에어부산 흑자 만들고 아시아나항공 수장으로 돌아온 김수천 사장2008년 2월 김수천(사진) 당시 아시아나항공 전무는 갑작스레 부산으로 발령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로 편입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 경영을 책임질 대표이사로 발탁된 것. 김 신임 대표는 그때 “앞날이 막막했다”고 한다. LCC 사업이 처음인데다 부산은 ‘항공사들의 무덤’으로 불리던 곳이었다. 주력인 부산~김포 노선은 KTX라는 막강한 경쟁상대가 있었고 다른 지역으로의 취항은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외부환경 좋고 나쁨 떠나 스스로에게 주어진 인연 귀하게 여기고 최선 다해야
하지만 김 사장은 보기 좋게 만루홈런을 날렸다. 2008년 10월 첫 취항에 나선 에어부산은 1000일 만에 탑승객 500만명 돌파 기록을 세웠다. 국내 LCC 중 최단 기록이다. 또 출범 1년3개월 만인 2010년 흑자를 냈다. 역시 국내 LCC로는 최단 기록이다. 이때의 성공으로 김 사장은 올해 1월 ‘친정’인 아시아나항공 사장으로 승진해 돌아왔다. 밖에서 보기엔 금의환향이지만, 김 사장은 지금 마음이 무겁다. 지난해 일본 노선 및 항공화물 분야 부진 등 영향으로 당기순손실을 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을 올해 흑자로 돌려놓는 게 최우선 과제다. 또 저비용항공사의 거센 공세를 막아내면서 올해 안에 계획대로 채권단 자율협약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 사장은 학창 시절부터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었다. 평소 말수가 적은데다 행동도 느긋한 편이다. 그런 그가 1988년 아시아나항공 입사 이후 맡은 업무는 줄곧 성격과는 썩 맞지 않는 분야였다. 영업 최전선에서 새로운 고객과 시장을 개척해야 했다. 1998년엔 아시아나항공의 중국 광저우 초대 지점장을 맡았다. 외환위기 직후여서 본사 지원을 못 받는 최악의 조건에서 그는 인천~광저우 노선을 개척해 1년 만에 흑자로 만들었다. 2000년엔 새로 만들어진 중국팀장을 맡아 알짜인 인천~상하이 노선 등을 뚫었다.
김 사장은 평소 “외부 환경의 좋고 나쁨을 떠나 스스로에게 주어진 인연을 귀하게 여기고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도전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피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임하자는 얘기다. 그 역시 이 같은 ‘긍정 마인드’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김 사장은 그래서 ‘긍정의 힘’을 임직원들에게 전파하는 데 열심이다. 에어부산 사장 때 맨 처음 한 일은 ‘사장실 문을 활짝 열어놓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수시로 그를 찾아와 고민도 털어놓고 아이디어도 제안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모임도 만들었다. 매주 한 차례씩 5~10명의 현장 직원과 격의 없이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다. 김 사장은 주니어 직원들이 느끼는 회사생활의 어려움과 꿈, 인생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듣고 조언해줬다. 에어부산의 한 직원은 “김 사장이 전파한 긍정 DNA로 직원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그게 회사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에서 ‘소문만복래’ 모임을 다시 시작했다. 김포와 인천 본사 직원들, 승무원, 정비사 등과 매주 수·금요일에 점심을 같이한다. 김 사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관심을 모은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