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엇갈린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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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

베이징에 있는 한국계 은행 A사는 요즘 본사 리스크관리팀으로부터 자금운용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라는 권고를 받고 있다. 은행할인어음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기업대출을 더 늘리라는 것이다. 이런 독촉은 그림자금융이나 지방정부 부채 등으로 은행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심해졌다. 그러나 A사 관계자는 본사에서 중국의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말한다. 은행할인어음은 기업의 매출 채권에 대해 은행이 보증을 선 것이다. 기업이 부도가 나서 채권을 갚지 못하면 은행이 책임을 진다. 금리도 연 6% 이상으로 꽤 높은 편이다. 그는 “중국은 아직 은행파산법이 없어 은행을 망하게 할 수도 없다”며 “차이나 리스크를 과도하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한국계 은행인 B사도 비슷한 처지다. 이 회사는 자금의 상당부분을 은행 간 대출시장에서 운용한다. 지난해 인민은행이 그림자금융을 줄이려고 유동성 공급을 중단해 단기금리가 연 15%대까지 치솟았을 땐 상당한 수익을 냈다. 그러나 본사에서는 기업대출 비중을 더 늘리라고 성화다.
최근 한국계 기업들은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본사의 과도한 우려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연구소의 연구원은 “중국이 난리가 났는데 왜 보고서를 보내지 않느냐는 독촉을 받았다”며 “정작 중국에서는 분위기가 차분한데 한국에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올 들어 뚜렷한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회사채가 부도났고 부동산 거품붕괴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 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중국 정부가 질적 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 의도한 결과라는 점에서 아직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지만 연 7% 이상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부실기업의 부도나 신탁상품의 디폴트(채무불이행)는 시장화의 자연스런 현상인데 이를 시장 전체의 위기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현지 진출 기업 관계자의 말도 새겨볼 만하다.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