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기술만 보고 10억 창업 지원…대출금 출자전환도 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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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게임 콘텐츠 지원 확대
'왕가네 식구들'도 技保가 투자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사진)은 “잠자고 있는 기발하고 번뜩이는 기술을 세상으로 끄집어내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초 취임한 김 이사장은 “새로운 산업을 형성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기반이 바로 기술이지만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좋은 기술만 있으면 담보나 실적 없이도 사업할 수 있도록 기술보증기금이 최대한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보가 올해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것은 ‘기술 창업’이다. 기술만 좋으면 이제 막 시작하려는 기업에 최대 10억원까지 보증해 준다. 보증액으로 올해 1000억원을 책정했다. 작년에 처음 기업당 5억원 한도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두 배로 늘렸다.
그는 “창업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 옵션부 보증도 곧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자 옵션부 보증’은 기보가 보증을 선 기업이 대출을 받아 사업을 하다가 여건이 좋아지면 기보가 대출금을 다 갚아주고 그 금액만큼을 주식이나 전환사채(CB) 같은 지분 형태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기업 입장에선 대출금을 갚을 필요가 없고 기보는 투자수익을 노릴 수 있어 서로 이익이란 설명이다. 이 밖에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을 섞어 시너지를 내려는 기업에 주는 기술산업융합 보증(5500억원), 부가가치가 큰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한 보증(2500억원) 등도 정교한 기술평가가 가능한 기보가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문화콘텐츠 산업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드라마·게임 등 콘텐츠 산업에 영세 제작업체가 많은 만큼 맞춤식 보증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종영한 인기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제작을 기보가 지원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혁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에는 단순 보증뿐 아니라 주식, 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투자까지 하고 있다”며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80개 기업에 1000억원 가까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에서 수석부행장을 지낸 그는 “보증을 선 기업 가운데 사업성이 유망한 곳을 산업은행에 소개해주면 해당 기업은 대출, 투자 등 다양한 형태의 자금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기보와 산은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