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조종사 '품귀'…하늘길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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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항공사 23대 도입 예정
필요인력 당장 445명인데 신규충원은 140명에 불과
정부, 4년간 2000명 양성
양성기관 4곳…교육 열악
훈련 인프라 등 지원 필요
![](https://img.hankyung.com/photo/201403/01.8518110.1.jpg)
정부가 이처럼 뒤늦게 조종사 양성계획을 마련한 것은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항공운송 시장을 제때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한 조종사 부족난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조종사 양성시설 열악…고비용 유학까지
한국항공진흥협회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조종사 면허를 따더라도 민간 항공사 취업은 쉽지 않다. 항공사가 요구하는 비행훈련시간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공사에서 운영하는 민간 항공기는 제트 기종인데 비행훈련기는 프로펠러로 취업 후 재교육받아야 하는 문제까지 있다.
조종사 양성기관은 울진비행교육훈련원, 항공대, 한서대, 한국항공직업전문학교 등 네 곳이다. 김광옥 한국항공진흥협회 기획실장은 “울진훈련원과 한서대만 일반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는 사업자용 조종면허 취득 기준인 200시간 비행훈련이 가능하며 한국 항공직업전문학교도 금년 1월부터 200시간 비행훈련이 가능하도록 국토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나머지는 자가용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80시간 이내 훈련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1000시간, 아시아나는 300시간, 제주항공 등 나머지 저비용항공사(LCC)는 250시간의 비행훈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훈련시설 부족으로 항공사가 요구하는 비행훈련시간을 채울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미국 등 해외유학을 통해 비행훈련시간을 채워야하는 데 1년여간 2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 부담이 되고 있다. 2012년 H대 운항학과를 졸업한 김현수 군은 “조종사 면허 취득 후 비행훈련 시간을 채우기 위해 유학도 생각했지만 감당할 수 없는 비용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는 항공사진 촬영이나 산불을 예방하는 회사에 3, 4년간 계약직으로 취업해 비행시간을 채우고 있다.
◆올해 필요한 신규 조종사 500명
홍대석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한국지부장은 “국내 항공운송시장은 연평균 6.7% 성장해 연간 455명의 조종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연간 배출되는 조종사는 30% 수준인 140여명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진에어 등 국내 7개 항공사는 올해 총 23대의 항공기를 도입한다. 따라서 신규 항공기 도입과 은퇴 조종사들을 고려하면 올해만 모두 500명의 신규 조종사가 필요하다는 게 항공업계의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군 출신과 경력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종사 채용 스카우트전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운송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종사 양성에 정부와 민간기업이 협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제철 한국교통연구원 항공정책기술본부장은 “조종사 교육비 부담이 커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조종사 양성을 위한 비행훈련인프라 구축과 교육비 부담을 덜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