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기금 출범 1년] 채무자 특성에 맞게 정교한 지원 이뤄져야

기고 / 남주하 서강대 교수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한 지 1년 만에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25만명을 지원한 것은 금융위원회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등 관련 정부부처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채무조정에 전문성을 지닌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성과에 만족해선 안 된다. 345만명에 이르는 장기연체자의 채무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이 더 필요하다.

첫째, 당초 5년간 32만6000명으로 잡은 채무조정 대상자 목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장기연체자 345만명의 20%인 69만명으로 상향 조정하고, 부채감면 등에 필요한 추가 재원은 1차적으로 채권자가 부담해야 한다. 345만명의 장기연체자 외에도 대부업체 이용자가 250만명이고, 금융권 전체(대부업체 제외)에 잠재연체자로 볼 수 있는 7~10등급의 저신용자가 333만명에 달하는 등 약탈적 고금리 대출에 신음하는 저소득층 서민의 현실은 심각하다. 더 적극적인 채무감면 확대 조치가 없다면 이들의 몰락은 시간문제다.

따라서 이들 장기연체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행복기금에서 연체채무를 매입 또는 이관한 287만명에 대해서는 연체 기간, 연령, 소득, 채무액 등에 따라 채무감면 규모를 계산해 안내문을 보내는 등의 대응책을 찾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채무감면 조치 후 남은 잔여채무를 10년 동안 갚아나갈 수 있는 서민이 많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채무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식 지원으로 자활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채무액, 소득, 연령, 연체 기간 등 채무자의 특성에 따라 상환 행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잔여채무를 다 갚을 수 있도록 채무자의 특성을 고려한 정교한 지원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연체 기간이 5년을 넘어 빚을 도저히 갚을 수 없거나 국민행복기금 대상이 되지 않는 채무자에 대해서는 신용회복위원회, 개인회생, 파산 등의 다른 채무조정제도를 통해 부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넷째, 국민행복기금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의 연체와 같은 도덕적 해이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고 채무상환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채무조정 접수 시 채무자의 소득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더 엄격하게 사후관리해야 한다. 또 부채를 완전하게 상환할 때까지 채무자 정보를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고용과 연계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자활과 채무의 완전한 상환을 위해서는 고용과 창업의 확대, 저리 금융지원 등이 특히 중요하다.

끝으로 서민금융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설립을 추진 중인 서민금융총괄기구에서도 국민행복기금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고금리와 부채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채무 부담을 완화하고 궁극적으로 자활로 이끌기 위해선 국민행복기금처럼 검증된 수단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