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15배 크기' 홍콩 화물전용터미널 둘러보니…

RFID로 수하물 추적…캐세이패시픽 화물운송 '허브'

100% 자동화 설비 구축, 매년 260만 물량 처리
홍콩 캐세이패시픽항공의 화물터미널 직원들이 대형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진 수하물들을 점검하고 있다. 노란색 수하물 받침대엔 바코드가 부착돼 실시간 경로 추적이 가능하다. 이미아 기자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바로 옆에 자리잡은 캐세이패시픽항공 화물전용 터미널. 캐세이패시픽이 지난해 2월 59억홍콩달러(약 8132억원)를 투자해 만든 이곳은 총면적이 11만㎡로 축구장 15개와 맞먹는다. 매년 260만t의 수하물이 이 터미널을 거쳐간다. 홍콩 연평균 화물수송량의 약 50%다.

엄청난 양의 수하물을 처리하는 만큼 ‘수많은 직원들이 바삐 움직일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와 바코드가 부착돼 실시간 추적이 가능한 수하물들은 컨베이어벨트와 엘리베이터를 통해 쉼없이 옮겨졌다. 지게차를 운전하거나 수하물을 점검하는 직원들만 간간이 보일 뿐이었다. 캐세이패시픽의 제임스 우드로 화물부문 총괄이사는 “항공운송 허브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설계된 이곳엔 장기 저장용 창고는 없다”며 “화물터미널에 들어온 수하물은 최장 5시간 안에 모두 목적지로 재배치된다”고 설명했다. 또 “모든 공정이 자동화돼 완력을 쓸 일이 거의 없어 여성 인력 비율이 40%로 다른 항공사 화물터미널보다 약 4배 높다”고 전했다.

이 화물터미널은 거점(허브) 장악과 자동화, 세분화라는 캐세이패시픽의 경영 키워드를 한눈에 보여줬다. 우선 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과 더불어 아시아 3대 허브공항으로 꼽히는 첵랍콕공항의 물류 경쟁력을 높였다. 시설 자동화를 통해 수하물 분배 시간을 단축하면서 수하물을 장기 보관하기 위한 대형 창고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과감히 포기했다.

캐세이패시픽의 지난해 순이익은 26억2000만홍콩달러(약 3610억원)로 전년 대비 3배나 증가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같은 기간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루퍼트 호그 캐세이패시픽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여객 수요 확대를 위해 노선 운영시간대와 좌석 등급을 더욱 세분화하고 미국, 유럽 등 인기 노선을 증편해 비즈니스 고객을 늘린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 노선 취항을 늘리는 저비용항공사(LCC)와 관련해선 “홍콩은 취항하는 LCC가 17곳에 달할 정도로 세계 LCC의 격전지”라며 “무리하게 대응하기보다는 대형 항공사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 힘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캐세이패시픽은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에어버스의 초대형 여객기 A380도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호그 COO는 “A380은 관리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A380 구매와 노선 배치에 들일 자금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