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NH농협證, 현대상선·엘리베이터 신용 강등 되자 파생계약 중도 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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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우호지분 감소▶마켓인사이트 3월30일 오후 4시
NH농협증권이 일정 금리를 받되 주가가 떨어질 경우 손실도 보전받기로 하고 보유 중이던 현대상선 지분 3.66%를 매각했다.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가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경우 지분을 매도하기로 한 조건에 따른 것이다. 현대상선의 우호지분 중 13%(NH농협 보유지분 포함)가 이런 형태의 계약에 걸려 있어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현대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NH농협은 현대상선 주식 보유를 조건으로 현대엘리베이터와 맺은 주식스와프(TRS) 계약 3건을 지난 26일 모두 해지했다. 지난 14일 현대상선 등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되자 계약 당시 내걸었던 ‘계약 즉시해지조항’을 발동시켰다.
NH농협은 2012년 말께 현대상선 주식 620만여주(지분율 3.66%)를 기초자산으로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연 5.4~6.15%의 금리를 받는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다. 만기에 현대상선 주가가 매입가격보다 떨어져 손실이 발생하면 현대엘리베이터가 떠안아 주는 조건이다. NH농협은 당시 현대상선이나 현대엘리베이터 중 한 곳이라도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번 계약 해지로 현대그룹이 파생상품을 통해 확보한 우호지분은 9.4%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앞서 지난 1월7일 교보증권, 메리츠종금증권이 TRS 계약을 만기정산하면서 줄어든 1.13%를 포함하면 3개월 새 지분율이 4.79%나 급감했다. 현대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23.73%)와 현정은 회장(1.7%) 등을 통해 확보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은 27.12%로 우호지분을 포함하면 36.52% 수준이다.
현대상선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그룹과 물밑에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범현대가의 현대상선 지분율은 26.56%에 달한다.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현대가 맺은 파생상품 계약은 현재 13건이다. 만기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분산돼 있지만 올해 81%(금액 기준)가 몰려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 계약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이 사라져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이태호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