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운행 10년…4억1400만명 태우고 지구 6000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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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분석2004년 4월1일 오전 7시54분 서울역. 전에 듣지 못했던 요란한 경적 소리가 울렸다. 오전 5시5분 부산역을 출발한 대한민국 최초의 고속열차 KTX(Korea Train eXpress)가 2시간49분만에 서울역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0년, KTX는 시속 300㎞의 ‘속도혁명’을 통해 전국을 하나의 대도시권으로 묶어놨다. 누적 이용객은 4억1400만명으로, 온 국민이 여덟 번 이상 탄 셈이고, 총 운행거리는 2억4000만㎞로 지구를 6000바퀴 이상 달렸다. KTX가 4월1일로 운행 10주년을 맞는다.
300㎞ 속도혁명…'생활지도' 바꿨다
부산 국제회의 메카로…하루짜리 출장 일상화
무엇보다 시속 300㎞의 KTX는 통근혁명을 몰고왔다. KTX 개통 전 서울~수원에 머물렀던 통근 범위를 대전권까지 넓혀놨다. 특히 천안아산이나 정부세종청사가 있는 오송은 사실상 서울생활권이 됐다. KTX 정기권은 지난해 7만1770장이 발매돼 매일 약 7000여명이 KTX로 출퇴근 또는 통학하고 있다. 통근족 4명 중 1명은 서울~천안아산 구간 이용객이다. 서울역에서 출발해 39분, 이른바 ‘서울시 천안구’라는 신조어가 나온 배경이다. 하루평균 KTX 이용객은 14만9000명으로 10년 전 5만4000여명에서 세 배가량 증가했다. 국내 인구의 90%가 총연장 938㎞, 41개 정차역 인근에 살고 있다. 서울~부산 간 운송객 기준으로 철도분담률은 38%에서 69%로 늘었고, 이에 따라 항공 분담률은 32%에서 15%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특히 서울~대구 하늘길은 이용객이 거의 없어 2007년 말 폐지됐다.
2시간17분. 서울~부산을 논스톱으로 달리는 KTX의 운행시간이다. 단 2시간여 만에 서울과 부산 도심을 공간 이동해주는 KTX는 대한민국 생활지도를 바꿔놨다. 지방에서 접하지 못했던 홍대앞 인디밴드 공연, 덕수궁 돌담길 산책도 더 이상 ‘그림의 떡’이 아니다.
출장과 회의문화도 바뀌었다. 많은 기업이 국내 출장은 대부분 당일 출장으로 규정을 바꿨다. 승·하차 장소였던 역사(驛舍)는 비즈니스센터로 탈바꿈했다. 부산역만 해도 회의실 이용자가 2005년 4000여명에서 2011년 34만명으로 80배 이상 늘었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03년 당시 서울의 국제회의 유치 비율이 80%에서 2011년 51%로 줄어든 반면 부산은 같은 기간 10%에서 33%로 급증했다. 부산이 KTX 덕에 국제회의의 메카로 부상한 것이다. 김영국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KTX 이용객의 통행 목적을 조사해보니 가족·친구 방문이 39.2%, 업무·출장이 27.3% 등인 반면 쇼핑은 0.4%, 병원 진료 2.9%, 학원 수강은 1.1%에 불과했다”며 “KTX로 인해 서울이 지방의 자본과 인력을 빨아올릴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지방 균형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