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英 "코딩 못하면 국가미래 없다"…5살때부터 컴퓨터언어 교육

소프트웨어로 창의인재 키우자

(1) SW로 재도약 노리는 영국

9월부터 초·중·고교 필수 과목…컴퓨터과목 수학·과학과 '동등'
졸업전 C언어 1개 이상 익혀야…"10년내 영국판 구글·애플 기대"
3월 초부터 영국에서 시작된 컴퓨터 교육 캠페인 ‘아워 오브 코드’를 통해 아이들이 태블릿으로 컴퓨터 코딩을 배우고 있다. code.org 제공
“선생님, 펠릭스가 하늘을 날아다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난 20일 영국 런던에 있는 스프링필드 초등학교의 컴퓨터과학 수업시간. 5학년인 에밀리가 손을 들고 말했다. ‘키보드 오른쪽 화살표를 누르면 오른쪽으로 달리기’ 등의 명령어가 적힌 코드 블록을 조합해 게임을 만들어보는 과정에서 게임 캐릭터인 펠릭스가 아예 하늘을 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웹 디자인 일을 하다 2년 전부터 이 학교에서 컴퓨터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맷 로저스 선생님이 얼른 다가와 새로운 명령어 조합을 알려줬다. 그는 “자신이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대로 웹사이트가 만들어지고, 게임 캐릭터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뿌듯해한다”며 “컴퓨터 코딩이란 게 어렵고 지루한 공부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데 수업의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프링필드 초등학교는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자율적으로 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오는 9월부터는 영국 전역에서 이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영국 정부가 9월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12년 교육과정에 컴퓨터과학을 정규과목으로 집어넣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가 경쟁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2011년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이 영국 에든버러 강연에서 “당신들 영국인은 사진 텔레비전 컴퓨터를 발명했지만 오늘날 세계를 선도하는 인터넷 대표 기업에서 영국 기업은 찾아 볼 수 없다”고 한 말은 영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영국 정부는 컴퓨터 교육 강화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컴퓨터교육, 수학·영어와 동급

영국 학교들이 지금까지 컴퓨터 교육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영국 교육부에서 영어·과학·컴퓨터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존 마이어 과장은 “ICT라는 이름의 과목으로 컴퓨터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며 “하지만 주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워드프로세서, 엑셀 등의 사용법을 익히는 내용이어서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고 교사와 학생들도 수업을 지루해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12개 정규 과목 중 하나로 포함된 컴퓨터과학은 영어 수학 과학 스포츠와 더불어 5개 필수 과목 중 하나로 지정됐다. 컴퓨터 교육이 단순히 코딩 기술만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논리적 사고,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 데이터 분석 등의 능력을 종합적으로 길러주는 효과를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새 교육과정에 따라 영국의 모든 아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때 까지는 최소한 하나의 컴퓨터 언어를,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익혀야 한다. 마이클 고브 영국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월 “현대사회가 기술에 의해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완전히 바뀌고 있다”며 “코딩을 가르치지 않으면 아이들이 21세기를 살아가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와 함께 영국을 방문한 안성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컴퓨터를 모두가 배우게 하는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라며 “한국에서도 기계적인 코딩 기술이 아니라 컴퓨터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전달하려면 영국 수준의 교과과정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영국, ICT 육성에 국가 미래 걸어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에서 영국이 맨 먼저 컴퓨터과학을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한 것은 지금 상태론 영국의 미래가 어둡다는 판단에서다. BP(에너지) 바클레이즈(은행)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약) 등 글로벌 기업을 여럿 보유하고 있는 영국이지만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테슬라 같은 유망한 IT기업은 키워내지 못했다. 인재들이 금융이나 법률 등 문과 계열 직업을 선호하면서 전체 국민의 직업 중 컴퓨터 엔지니어링이 차지하는 비중 순위는 슬로베니아, 루마니아에도 뒤진 32위에 그친다. 대학에서 컴퓨터과학 전공자수는 지난 10년 동안 학부 과정에서 23%, 대학원 과정에선 34% 줄었다.

하지만 2010년 집권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ICT 산업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영화와 방송, 예술 등 문화콘텐츠 중심의 창조경제에서 IT 중심의 창조경제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기업이 밀집한 런던의 ‘시티’를 본떠 런던 북동부에는 IT기업이 밀집한 ‘테크 시티’가 조성되고 있다.

구글과 인텔 아마존을 비롯해 스타트업들이 모여들어 입주기업이 1500개를 넘어섰다. 컴퓨터교육 지원단체 ‘컴퓨팅앳스쿨(CAS)’을 이끌고 있는 사이먼 존스 글래스고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이번에 제대로 컴퓨터 교육이 학교에서 이뤄진다면 10~20년 내에 영국에서도 구글 애플 같은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코딩(coding)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다른 말. C언어 자바 파이선 등 다양한 컴퓨터 언어를 통해 기계나 컴퓨터가 이용자의 의도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명령어를 작성하는 일.

런던=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