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금리 보장에다 비과세 혜택까지…은퇴 후 소득공백기 메울 연금도 주목

실질금리 제로 - 보험으로 뚫는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재테크 환경이 과거와 180도 달라졌다. 은행의 정기예금 등은 안정적이지만 자산을 불리는 용도로는 유용성이 크게 감소했다. 세금을 떼고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거의 제로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보험을 잘 활용하면 안정성과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둘 다 챙길 수 있다고 말한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후 준비를 위한 목돈 마련이 필요해진 데다 의료비 부담까지 동시에 안게 된 상황이어서 다양한 보험을 통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투자자산으로 ‘저축성보험’ 가치 부각 저축성보험은 대표적인 장기 투자 자산이다. 보험은 질병·사망 등 다양한 위험에서 가입자들을 보호해주는 게 기본 목적이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시중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는 투자 자산으로서 가치가 높아진다.

저축성보험은 은행 예금이나 우량 채권에 비해 높은 공시이율을 적용받는다. 보험사들이 매월 조정해 적용하는 공시이율은 보험사의 운용자산 이익률과 객관적인 외부 지표금리(국고채 수익률, 회사채 수익률 등)를 반영해 결정된다.

보험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연 3%대 후반에서 4%대 초반에 형성되고 있다. 은행 예금이나 우량 채권 수익률을 웃돈다. 실세 금리를 반영하기 때문에 시중금리가 오르면 공시이율도 상승한다. 장점은 시중금리가 아무리 떨어져도 최저 보증이율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저축성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명열 한화생명 FA추진팀 투자자문위원은 “노후 자금이나 자녀 대학 자금 등 당장 필요하진 않지만 훗날 목돈이 필요한 자금에 대해서는 예금 만기를 계속 연장하는 식으로 운용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저축성보험 가입 등으로 운용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부분 대형 보험사의 저축성보험은 경제 상황이 좋을 때는 예정했던 보험료보다 더 많은 돈을 납입해도 되고, 갑자기 목돈이 필요해졌을 때는 중간에 인출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가정 형편에 따라 유연성 있게 자산 운용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변액보험’

투자의 기본 원리 중 하나는 저위험에는 저수익, 고위험에는 고수익이 따른다는 것이다. 은행 예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 투자는 위험이 적은 대신 기대 수익률도 낮다. 주식이나 원자재 투자는 위험이 크지만 동시에 기대 수익률은 높은 편이다. 변액보험은 이런 극단적인 투자를 피할 수 있는 상품이다. 주가가 오를 때는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고 주가가 떨어질 때는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보험 차익에 대해 한도 없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투자형 상품인 변액보험은 7~10년 이상 장기 투자하면 일반 펀드 상품에 비해 비용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변액보험은 국내외 주식형, 혼합형, 채권형 등 다양한 펀드 간 이동 기능을 통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선 변액보험에 다양한 기능이 추가돼 가입자들이 각자의 재정 상황과 자금 활용 목적에 맞춰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파워 스텝 업 변액 연금보험’은 펀드 운용 실적에 따라 연금 적립금과 사망보험금이 바뀐다.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공시이율로 운용되는 일반 계정으로 전환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지킬 수도 있다. 삼성생명의 ‘리더스 변액 연금보험’은 보험료로 투자할 수 있는 펀드가 다양해 가입자의 선택폭이 넓다. 자금 사정에 따라 연금을 받기 전에 여유 자금을 추가 납입해도 되고, 긴급 자금은 중도 인출할 수 있다.

교보생명의 ‘100세 시대 변액 연금보험’은 연금을 타는 기간에도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한 구조다. 연금 수령이 시작된 이후에도 계속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연금 수령액에 더해 주는 게 특징이다. 알리안츠생명의 ‘파워 밸런스 변액 연금보험’은 최저 연금 보증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게 장점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과 채권의 투자 비중을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펀드 자동 재분배 시스템까지 갖췄다.

은퇴 후 소득 공백기 메울 수도

보험을 통해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는 시점까지 발생하는 소득 공백 기간에 대비할 수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직장인이 일자리에서 은퇴하는 평균 연령은 53세다. 퇴직이 빠르다 보니 국민연금을 받는 시점까지 연금 사각지대가 생기게 된다.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이 당초 60세였지만 지난해 조정돼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생 이후는 65세로 늦춰졌다.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더라도 지금 45세 이하인 직장인은 최소 5년간 소득이 없는 셈이다.

금융사들은 은퇴 후 소득 공백 기간의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 생활비 충당을 걱정하는 직장인을 위한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보험사가 대표적이다. 이른바 가교형 상품이라고 불리는 이런 보험은 지난해부터 생명보험사들의 판매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가입할 땐 일반 연금보험과 다르지 않지만 연금 수령이 시작될 때 지급 방식을 브리지형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게 다른 점이다. 브리지형을 고르면 연금 수령 시작 후 초기 몇 년간 받는 금액을 크게 늘릴 수 있다. 한 예로 한화생명의 ‘트리플 라이프 연금보험’은 은퇴 후 소득 공백 기간에는 연금액을 높이고, 국민연금 등 소득 재창출 기간에는 연금액을 낮춰 가입자의 인생 주기에 맞춰 노후 설계를 할 수 있다. 가입자는 연금 집중 기간(60~100세)과 연금 조정 비율(20~99%)을 선택할 수 있다. 조기 은퇴 후 연금을 받다가 재취업 등으로 소득이 다시 발생하면 연금 수령을 멈췄다가 나중에 다시 받을 수도 있다.

보험사마다 연금을 더 받는 브리지 기간을 얼마로 선택할 수 있는지, 이 기간 동안 몇 배까지 연금 수령액을 늘릴 수 있는지 등 조건은 다르다. 이 위원은 “보험은 장기 금융상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특정 연령대에 맞는 투자 방법과 상품을 선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보험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더라도 연령이 낮을 때는 주식형 펀드에 좀 더 많이 투자해 수익률 향상에 신경을 쓰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채권형 펀드 비중을 늘려 안정적으로 운용하라는 뜻이다. 동시에 50대로 접어들면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면서 은퇴 후 필요한 자금을 꾸준히 창출할 수 있도록 연금 상품 가입 등으로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상품을 만들 때 장기적인 자산 운용과 안전한 관리를 위해 초기에 사업비를 상대적으로 많이 떼도록 설계한다. 즉 보험은 중도 해지하면 가입자들이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보험은 가입 초기 수익률이 저조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률이 상승하는 구조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계약을 유지해 나가는 게 좋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