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 씨 '장리석미술상' 기념전, 붓 대신 나이프로 색칠한 '멜팅포트'

김명식 씨의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뉴욕을 여행하다 보면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이 많아요. 창문을 통해 비친 성냥갑 같은 작은 집들의 모습에서 그곳에 사는 여러 인종이 떠오릅니다. 어릴 적 도화지 위에 크레파스로 공들여 그렸던 ‘우리 집’이 생각나고요.”

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2014 장리석미술상’ 수상 기념전을 여는 서양화가 김명식 씨(65·동아대 교수). 그는 “뉴욕 동쪽의 작은 집을 보며 다문화 사회(멜팅포트)의 행복한 삶의 공간을 포착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앙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김씨는 1990년대 도시외곽 개발로 갑자기 사라진 자신의 고향(서울 강동구 고덕동)을 그린 ‘고데기 시리즈’를 약 10년 동안 발표하며 관심을 모아왔다. 2004년 롱아일랜드대 교환교수로 1년간 뉴욕에 머무르며 이를 더욱 확장한 ‘이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시작했고, 올해로 딱 10년이 됐다.

그의 ‘이스트사이드 스토리’는 경쾌하면서도 뛰어난 색채감각과 간결한 구도와 터치가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 뉴욕 리즈갤러리에 처음 선보인 이후 마이애미 디아스포라 바이브 갤러리(2006), 뉴욕 PS35갤러리(2007)에 잇달아 소개되며 그를 단번에 ‘이스트사이드 스토리 작가’로 끌어올렸다. 유화로 시작된 작업은 최근 들어 조각, 판화, 드로잉 등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시리즈 작업 10년을 되돌아보는 이번 전시에는 최신작 50여점을 걸었다. 그동안 뉴욕의 도심을 그린 것이라면 이번에는 뉴욕 북부의 한적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붓 대신 나이프로 작업하는 작가는 “이 시리즈는 성장 후 느낀 세계 속의 내 모습과 내 주변을 그린 것”이라며 “동쪽(east)은 항상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하루의 시작이자 희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성냥갑 같은 작은 집, 너른 벌판 저 너머에 있는 외딴 가옥 등 무채색에 가까운 풍경화지만 묘하게 따뜻함이 느껴진다. 하양과 검정, 빨강과 노랑, 갈색의 크고 작은 집들은 뉴욕에 사는 여러 인종과 문화를 상징한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민족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힘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다분히 사회적인 이런 메시지는 관람객에게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림을 보면서 편안하고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내년 8월 정년 퇴임을 앞둔 작가는 서울 개인전을 시작으로 부산(5월), 뉴욕(6월), 일본 고쿠라(7월), 몽골 울란바토르(9월), 미국 마이애미(12월), 일본 시코쿠(2015년 2월) 등에서 차례로 순회 전시를 열 계획이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