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성폭행…학교폭력 영화 충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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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한공주' 등 개봉
사회적 관심 속 흥행 여부 촉각
오는 10일 개봉하는 ‘방황하는 칼날’(이정호 감독)은 딸을 죽인 청소년 범죄자에게 아버지가 복수하는 이야기다. 17일에는 성폭행당한 여고생의 삶을 추적하는 ‘한공주’(감독 이수진)가 개봉한다. 여중생이 자살한 뒤 남은 가족의 슬픔을 그린 ‘우아한 거짓말’(이한 감독)은 지난달 13일 개봉해 140만명 이상을 모아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세 영화는 모두 성폭행, 왕따, 자살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원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학원폭력 문제가 당사자들의 죽음으로 이어질 만큼 심각해지면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화적인 소재가 됐다.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프랑스 도빌 등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공주’는 한공주란 이름의 ‘무늬만 공주’인 여고생 이야기다. 무슨 까닭인지 한공주는 전학을 온 뒤 동료 학생들과 어울리지 않고 스스로 왕따가 되려고만 한다. 영화는 퍼즐 같은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는 방식으로 한공주가 겪은 충격적인 사건을 들춰낸다.
‘우아한 거짓말’은 자살한 여중생이 가해자들에게 남긴 선물(?)을 하나씩 찾아내면서 학원 내 언어폭력과 ‘왕따’ 문제를 파헤친다. 교묘한 거짓말로 급우를 왕따시키는 가해자 캐릭터가 놀라울 정도로 현실성이 있다. 다른 두 영화에서도 가해자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면 응징이나 처벌의 효과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방황하는 칼날’에서 공범은 딸의 아버지가 총구를 들이대자 마지못해 “자수할게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범이 미성년자란 이유로 기껏 5년 정도 옥살이를 한 뒤 출소할 것임을 영화는 시사한다.
‘한공주’에서는 오히려 피해자가 설 곳이 없다. 피해자인 한공주는 “저는 잘못한 게 없어요”라고 외치지만, 숨거나 도망 다니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반면 가해 학생들의 부모는 한공주에게 탄원서라도 받을 요량으로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영화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입장을 잘 그려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