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 고로용 풍구 세계 1위 서울엔지니어링 "최첨단 風口 개발…납품가에 '+α' 얹어 받죠"

산업단지, 혁신의 현장

원가 절감분 별도로 받는 '성과공유' 유럽社와 계약
25개국 60여곳에 공급
이원석 서울엔지니어링 사장(오른쪽)이 인천 주안공장에서 회사 임원과 풍구 품질향상 방안을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인천 주안산업단지에 있는 서울엔지니어링 공장에서는 구리를 녹여 ‘풍구(風口·tuyere nozzle)’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제철소 용광로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 장치다.

고로 1기에 40여개의 풍구가 들어간다. 고로 내 온도는 약 1500~1700도. 풍구를 통해 불어넣는 열풍의 온도는 1000도 이상이다. 이 뜨거운 바람이 철광석을 녹이면서 쇳물(선철)을 생산한다. 풍구는 고열을 잘 견뎌야 하기 때문에 제작과정에서 조그만 결함도 있어선 안 된다. 이 회사는 풍구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20%로 1위다. 독일과 일본 업체를 누르고 달성한 것이다. 독일 티센과 HKM, 미국 US스틸, 인도 타타 등 25개국 60여 제철소에 공급한다.

종업원 293명의 중소기업 서울엔지니어링의 주력 제품이 풍구다. 제강공장용 란스노즐과 압연설비용 산업기계도 만든다.

1968년 창업한 이 회사는 1974년부터 풍구를 개발하기 시작해 22년 만인 1996년 국산화를 완료했다. 유럽 경쟁사들에 비해 훨씬 늦었다. 하지만 기술력 있는 제품을 속속 개발하면서 세계시장 강자로 떠올랐다. 직원의 6.8%에 달하는 20명을 연구개발에 투입해 일궈냈다. 이원석 서울엔지니어링 사장(58)은 “우리는 최근 ‘다중(multi chamber) 스파이럴 풍구’라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세계 13개국에 특허를 출원했고 포스코와 티센에 공급했다”고 말했다. 제품 일부가 한두 차례 파손돼도 사용할 수 있도록 다층구조로 고안된 제품이다. 풍구에 손상이 생겨 조업이 몇 시간씩 중단되면 수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막을 수 있는 제품이다.

이 제품을 유럽 최대 제철소에 납품하면서 바이어 원가절감분의 일부를 별도로 받는 ‘성과공유제’를 성사시켰다. 일종의 ‘러닝 로열티’ 개념과 비슷하다. 1년 넘게 밀고 당기는 끈질긴 교섭과정을 거쳐 이끌어낸 것이다.

국내 고객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성과공유제 필요성을 강조했고 마침내 유럽 업체가 받아들인 것이다. 성과금의 상한선은 고로 1기당 연 20만유로(약 3억원)다. 이 사장은 “대기업과 공급사 간 성과공유제는 선진국에선 생소한 제도지만 강소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라며 “이 제도는 우리가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아직 중소기업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협력업체와 최대한 상생협력을 해 나갈 계획이며 그게 바로 모두가 윈윈하는 최상의 방책”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5100만달러의 수출(매출의 약 65%) 실적을 기록했다. 창업자 오세철 회장(81)은 풍구 국산화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9월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사원으로 입사해 35년째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이 사장은 “공정한 인사관리와 능력에 따른 보상,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글로벌 리더의 자리를 굳혀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주안산업단지=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