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우리카드, 불붙은 표절 논란

카드사 '베끼기 논쟁'

현대, 우리 '가나다카드' 비난
"챕터2 할인·포인트 구조 유사"
우리 "업계 트렌드" 반발
현대카드와 우리카드가 ‘베끼기 논쟁’을 벌이고 있다. 대상은 우리카드가 지난달 31일 출시한 ‘가나다카드’다. 현대카드는 “포인트와 캐시백을 축으로 상품 콘셉트를 단순화한 ‘챕터2’를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리카드는 “최근 카드 상품의 특징을 가장 현대화한 것”이라며 “현대카드는 침소봉대하지 말라”고 맞서고 있다.

◆“베꼈다” vs “침소봉대 말라” 현대카드는 2일 자사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복잡하고 머리 아픈 카드생활을 할인과 포인트로 심플하게 정리한 현대카드의 투트랙 체계를 우리카드에서 정확하게 이해해 주셨다”고 비꼬며 표절 논쟁에 발동을 걸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티스트도 앨범 발표 전에 표절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곡과 대조한다고 한다”며 “그런데 막상 큰 조직이 움직이는 다른 분야에선 그런 건 염두에조차 없다”고 우리카드를 정면 비판했다.

현대카드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은 우리카드의 가나다카드다. 여섯 가지로 구성된 이 카드는 크게 할인형과 포인트형으로 구분된다. 현대카드는 이 구조가 포인트와 캐시백을 축으로 단순화해서 작년 7월 내놓은 ‘챕터2’와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가나다카드가 ‘가득한·나만의·다모아’로 나눈 3단계 구분법도 챕터2의 3단계 구분(M·M2·M3)을 표절했다고 비판했다. 우리카드 주장은 다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상품 콘셉트의 단순화와 표준화는 업계 전체의 트렌드”라며 “할인과 포인트를 적용하는 건 모든 카드사 상품의 기본적인 특징”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가나다카드는 주요 업종에서 할인되는 집중형, 고객이 고르는 선택형, 모든 업종에서 할인되는 형태 등 세 가지로 분류하는 데 방점을 뒀다”며 “오히려 할인·포인트 분류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가 사소한 부분을 지적하며 침소봉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툭하면 불거지는 표절 논쟁

카드사 간의 표절 논쟁은 처음이 아니다. 현대카드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카드와 치열한 표절 논쟁을 벌였다. 2012년 삼성카드가 내놓은 ‘삼성카드4’가 현대카드의 주력 상품인 ‘현대카드 제로’를 모방했다며 비슷한 행위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이 발단이었다. 현대카드는 작년 8월엔 한 일간지에 ‘COPY & PASTE’라는 광고를 게재해 삼성카드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삼성카드는 이에 대해 “베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맞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