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인재 Job Concert] 실력과 끼로 무장한 당찬 고졸 "대졸자와 겨뤄 이길 수 있어요"

3일 폐막…3만여명 몰려 성황

고창여고 조리학과 강설화 양
"조리사·제빵 등 5개 자격증…실력으로 호텔취업 꿈 이룰터"

"기업, 병역문제로 고졸 기피…군복무 유예 등 지원 필요"
< 고졸 행원의 꿈을 안고… >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 고졸 인재 잡 콘서트’에 참가한 학생들이 우리은행 현장 면접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10명 안팎을 뽑는 우리은행 현장 면접에는 이틀간 800여명이 몰렸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대학 나왔다고 기술이 더 좋은 건 아니잖아요.”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고졸 인재 잡 콘서트’ 행사장에서 만난 경기기계공고 장현준 군(3년)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는 학력보다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식업체 바른손베니건스의 현장 채용 면접장에서 만난 장군은 “고등학교에 와서 기계를 만지는 것보다 요리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요리 공부를 해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며 “학교를 몇 년 다니는 것보다 얼마만큼의 실력을 갖췄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잡 콘서트장에는 대학 졸업자 이상의 실력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예비 직업인’들의 구직활동이 이어졌다.

○학력이 아닌 능력으로 승부한다 행사장에는 대졸자와 겨뤄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당찬 고교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전북 고창여고 조리학과 교사와 학생들 45명은 고졸 인재 잡 콘서트장에 오기 위해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4시간을 달려왔다.

이소영 교사는 “행사장에서 다양한 기업의 채용정보와 취업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어 시간을 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각종 조리사 자격증을 무기로 능력 있는 학생들을 관련 기업에 취업시키고 있다.

이 학교의 강설화 양(3년)은 “현재까지 한식, 양식, 중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졸업 전까지 일식과 제빵 등 총 5개 이상 자격증을 보유하는 게 목표”라며 “실력을 무기로 대졸자와도 당당히 겨뤄 호텔 취업의 꿈을 이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등의 학생과 교사들은 “대졸자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많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송선규 수원정보과학고 교사는 “현장에서 쓰는 다양한 기술을 학생들이 반복 숙달하기 때문에 기업에 입사한 뒤 특별한 재교육 없이도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신감의 배경은 바로 각종 기술 자격증이다. 1~3학년 전교생 1500명 모두를 잡 콘서트에 참석시킨 서울공고의 이상범 교장은 “고졸 인재들이 사회에 나가 대졸자들과 당당하게 경쟁하기 위해선 자신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자격증을 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공고에서는 컴퓨터·정보기술(IT) 관련 3개, 전공 관련 2개 등 총 5개 자격증을 재학 기간에 의무적으로 따도록 하고 있다.

○군 문제 등 “정부와 기업 관심 필요” 정부와 기업의 관심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송선규 교사는 “남학생 취업의 발목을 잡는 것 중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바로 군복무 문제”라며 “고졸자들이 취업을 하면 군복무 유예는 물론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상범 교장도 “기업들이 병역 문제로 고졸 남학생 채용을 기피하는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며 “공무원과 공기업 채용 때 고졸 출신 공채를 따로 진행하거나 채용 인원의 일정 부분을 배정하는 등 고졸 인력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넓혀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행사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다른 학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제컨벤션고 윤아녕 양(3년)은 “생각보다 경쟁자가 많다는 사실에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조규철 가온고 교사는 “학생들이 실제 현장 채용 과정을 경험해보면서 긴장감을 느끼고 다른 학생이 준비해온 것에 비해 부족한 점이 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함께하는 기업
임기훈/최진석/추가영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