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파괴 채용 확대] 10대그룹도 "스펙 넘어선 창조인재 뽑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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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오디션…에세이…블라인드 면접…10대그룹 인사담당 임원들은 3일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스펙초월 채용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창조적이고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스펙초월 채용 확산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체적인 올해 채용 계획과 방식도 공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86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며 인턴이나 상시채용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면접을 강화해 지원자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검증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상반기에 오디션 방식으로 인턴을 선발하는 ‘바이킹 챌린지’를 실시한다. 개인별 15분 정도의 자기소개 프레젠테이션을 평가해 인턴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프레젠테이션 실력이 뛰어난 지원자들은 하반기 공채 때 서류전형이 면제된다. SK그룹은 올해 8000여명을 채용한다.
LG그룹은 올해 1만2000여명을 채용하는데, 이 중 사무직 신입사원 3500명을 뽑을 때는 입사지원서에 사진이나 가족관계 등을 기재하지 못하게 할 예정이다. 올해 1만5600여명을 채용하는 롯데그룹은 학력과 연령, 학점, 외국어 점수 등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포스코그룹은 채용 연계형 ‘챌린지 인턴십’ 제도를 실시한다. 지원자들은 지원서에 학력과 학점, 어학 점수, 사진 대신 자신을 설명하는 에세이를 써내야 한다. 포스코그룹은 인턴 800명을 포함해 올해 6400여명을 뽑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600여명을 선발하는데, 인적성 검사를 개발해 직무역량평가 중심의 채용을 실시할 계획이다. GS그룹은 색다른 경력을 보유한 지원자를 우대하거나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양한 인재를 뽑겠다고 밝혔다. GS그룹의 올해 예상 채용인원은 3200여명이다.
올해 2200여명을 뽑는 한진그룹은 지원서에 병역사항과 해외연수 여부 등의 항목을 삭제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인적성 검사를 폐지하고 이력서에 가족관계나 종교 등의 항목을 없앤다. 대신 면접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올해 5500여명을 채용한다. 남민우 청년위 위원장은 “아직 스펙초월 채용제도의 규모가 크지 않아 청년들이 취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10대그룹이 앞장서서 스펙초월 채용 규모를 대폭 확대해달라”고 당부했다. 남 위원장은 또 “신입사원 채용시 입사지원서에 불필요한 스펙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지 조사해 과감히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임원들은 “기업들도 스펙과 업무역량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오히려 지원자들이 지레 ‘기업들은 스펙만 본다’고 오해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