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성장 열차' 탄 나이지리아, 남아공 제치고 阿 최대 경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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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기준 변경 후 GDP 89%↑아프리카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나이지리아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역내 1위 경제국 자리를 차지했다.
통신·영화 등 서비스업 급성장…닛산·GE·P&G 공장 건설 중
2013년 GDP 535조, 세계 26위…IMF, 2014년 6~7% 성장 전망
나이지리아 통계청은 6일(현지시간) 국내총생산(GDP) 산정 방식을 바꾼 결과 지난해 GDP가 5090억달러(약 535조1626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방식을 적용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규모(2920억달러)보다 89% 늘어난 것으로, 경제 규모 기준 세계 26위다. 반면 1999년 이후 역내 경제 규모 1위를 지켜오던 남아공은 지난해 GDP가 3720억달러(약 391조6400억원)에 그쳐 역내 2위로 밀려났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는 올해 1990년 이후 처음으로 GDP 산정 방식을 손질했다. GDP는 당해 최종 생산량에 기준연도의 가격을 곱해 산출하는데 나이지리아는 이번에 기준연도를 1990년에서 2010년으로 바꿨다. 그 결과 기존에 없던 통신, 정보기술(IT), 음악, 항공을 비롯해 ‘날리우드’로 불리는 영화산업 부문이 GDP에 반영됐다. 나이지리아의 새 산정 방식은 IMF·세계은행(WB)·아프리카개발은행(AfDB)으로부터 승인을 얻었다. 남아공을 비롯한 다른 아프리카 주요국은 이미 2010년을 기준으로 GDP를 계산하고, 5년에 한 번씩 기준연도를 바꾼다.
이번 산정 방식 변경으로 농업부문이 나이지리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6%에서 21.6%로 줄었다. 반면 서비스부문은 26%에서 51%로 증가했다. 통신산업 비중은 0.8%에서 8.6%로, 영화산업 비중도 1.4%로 집계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발표가 나이지리아의 성장 잠재력을 재확인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나이지리아는 2009년 이후 7%대 성장을 이어왔다. IMF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6~7%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나이지리아의 GDP가 저평가됐다고 지적해 왔다.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나이지리아 경제장관은 “통계 조정은 아프리카 최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를 제대로 측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가장 큰 무기는 1억7400만명에 달하는 인구다. 아프리카 인구 5명 중 1명은 나이지리아 사람인 셈이다. 또 18세 미만 인구가 8500만명에 달하는 ‘젊은 국가’다. 유엔은 나이지리아가 2045년 인구 규모로 미국을 제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내수시장을 노리고 나이지리아에 진출해 있다. 올해 닛산,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P&G 등이 새 공장을 짓는다.
반면 남아공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원자재 수출 등이 급감하면서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차별) 정책 폐지 이후 성공적인 체제 전환을 이룬 남아공은 1980년부터 1994년까지 1.5%를 밑돌던 GDP를 1995~2003년 3%대로 끌어올렸다.
2000년대 초반엔 세계 원자재 수요 증가로 5%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광산업계 파업과 시위 등으로 성장이 주춤한 상태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9%로 4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만델라 전 대통령마저 타계하면서 사회 분열 우려도 커졌다. 나이지리아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졌지만 당장 투자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남아공 네드뱅크 관계자는 AFP에 “나이지리아의 열악한 경제 인프라와 정정 불안, 치안 등은 여전히 숙제”라고 말했다. BBC도 나이지리아는 남아공(5300만명)에 비해 인구가 세 배 많고, 1인당 GDP로 따지면 오히려 남아공(7500달러)이 나이지리아(2688달러)보다 더 낫다며 ‘착시현상’을 경계했다.
김보라/김순신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