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캐나다에 혈액제제 공장

퀘벡주에 1800억 투자 2019년 완공…북미 교두보 확보

퀘벡주, 250억 세금지원…연 3000억 규모 매출 기대
지난 4일 캐나다 몬트리올 퀘벡주청사에서 열린 녹십자 혈액분획제제공장 협약식. 왼쪽부터 이병건 녹십자홀딩스 사장, 장 드 세르 헤마퀘벡 총재, 마리오 앨버트 퀘벡투자청장, 허일섭 녹십자 회장, 김영호 GCBT 대표. 녹십자 제공
녹십자가 세계 최대인 북미 시장을 겨냥해 캐나다에 1800억원 규모의 혈액제제공장을 짓는다. 캐나다를 생산거점으로 삼아 미국 시장에 들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녹십자(사장 조순태)는 캐나다 퀘벡 주정부와 1800억원 규모의 혈액분획제제 공장설립 및 재정지원·우선구매 협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발표했다. 국내 제약사가 북미에 전문의약품 생산공장을 짓는 것은 녹십자가 처음이다. 녹십자가 몬트리올에 면역글로불린(면역결핍치료제) 알부민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지으면 퀘벡주투자청은 2500만캐나다달러(약 250억원) 규모의 재정과 세제 혜택을 지원한다. 또 녹십자 공장에서 생산한 의약품을 현지 전문기관인 ‘헤마퀘벡’을 통해 우선적으로 구입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녹십자는 2019년까지 공장 완공과 캐나다 보건성 제품등록을 마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은 북미 시장 진출을 탐색해 온 녹십자와 혈액제제의 역내 생산을 고민해 온 퀘벡 주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녹십자는 현재 미국에서 3상 임상시험을 마친 면역글로불린의 하반기 식품의약국(FDA) 허가신청을 추진 중이다. 북미 시장은 면역글로불린만 약 37억달러에 이르고 전체 혈액제제는 96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캐나다에는 혈액분획제제 공장이 없어 그동안 퀘벡 주정부를 포함해 모든 주정부가 알부민 등 혈액제제를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했다. 이번 녹십자 진출은 자국 내 생산거점 확보뿐 아니라 일정 규모의 고용창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윈윈’ 계약인 셈이다. 캐나다 전체 면역글로불린 소비량의 약 30%에 해당하는 물량을 퀘벡주에 공급하고 있는 헤마퀘벡은 연간 7000억원 규모의 혈액분획제제를 구매하고 있다. 장 드 세르 헤마퀘벡 총재는 “이번 프로젝트가 현재 캐나다에서 수급이 불안정한 면역글로불린의 안정적인 확보뿐 아니라 자급자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십자는 향후 북미 시장에서 연간 3000억원 규모의 혈액제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녹십자 캐나다 현지법인 GCBT의 김영호 대표는 “우선 캐나다 전체 글로불린 시장의 15% 정도에 해당하는 연간 0.78 규모를 헤마퀘벡에 공급하게 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혈우병A 치료제, 헌터증후군 치료제 등의 수출을 북미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