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호재 타고 들썩이는 영종도 가보니…자고나니 땅값 '껑충'

위약금 물고 계약해지 속출

미단시티·영종도역 인근 부동산값 뛰며 매물 품귀
日 등 해외 투자자 가세…일부 "일시적 급등" 신중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들어설 영종도 미단시티 내 복합리조트 부지. 한경 DB
“지난달 중순 운남지구 주택용지 300㎡를 3.3㎡당 170만대에 매각한 토지주가 카지노 허가 이후 땅값이 220만~240만원으로 뛰자 최근 위약금 4000만원을 물어주고 해약했습니다.” 7일 오후 영종도 구시가지 중심인 인천 운남동에서 만난 백승도 영종도공인중개사사무소 사장은 영종도의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이곳은 카지노가 들어서기로 한 운북동 미단시티와 오는 12월 개통될 공항철도 영종도역이 자동차로 3~5분 거리로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백 사장은 “몇 년째 개점휴업 상태였는데 지난달 18일 카지노 사전허가 발표 뒤 4건의 매매가 성사됐다”며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지금은 매물이 자취를 감춰 매도자를 찾는 게 일”이라고 말했다. ○위약금 주면서 계약 해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년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던 영종도가 카지노 개발호재로 들썩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 땅값은 급등하고 반토막 났던 아파트 가격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급매물은 내놓기 무섭게 거래되고, 매물을 찾기도 쉽지 않다.

특히 미단시티와 가까운 운북동과 운남·중산동 일대 중심지는 카지노 허가 이후 땅값이 20~30% 급등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건축이 본격 시작된 운남지구에서 카지노 허가 발표 직전에 계약했던 땅 세 건이 해약됐다”고 말했다.
○외국인까지 큰 관심

카지노 허가 이후 일본인들까지 영종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종하늘도시 입구 중산동 OK공인중개사사무소의 하주라 이사는 “요즘 일본인 개인투자자 세 개팀이 차례로 찾아와 아파트 한 채를 계약했다”며 “을왕리해수욕장과 왕산해수욕장 일대 땅도 물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요트마리나가 들어설 왕산해수욕장 일대와 건축 허가가 난 임야도 3.3㎡당 80만~100만원에서 120만~150만원으로 뛰었다.

영종도 아파트 가격은 일본인들의 구매 움직임까지 겹쳐 오름세가 커지고 있다. 공항신도시 운서역 앞 행복공인중개사사무소의 강신택 대표는 “카지노 허가 이후 꾸준한 오름세인데 대부분 실수요자”라며 “일본인 등 외국인도 찾아온다”고 말했다. 영종하늘도시 U아파트 110㎡는 지난해 분양가격에서 30%까지 떨어졌으나 지금은 2000만~3000만원 오른 2억8000만~2억9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발하는 주민들

주민들은 “토지 시세는 상승했는데 실제 감정평가는 카지노 허가 이전 시세를 반영해 대출이 제대로 안 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자신의 토지가 경매에 들어갔다는 이모씨(61)는 “미단시티 인근 소유 토지(2300㎡)의 법원 감정가는 11억900만인데 은행에서 약시감정한 감정가는 7억여원으로 현 시세를 반영하지 않아 원하는 대출이 안 돼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해당 은행 측은 “카지노 허가 이후 실거래된 토지 가격이 없어 과거 거래 실적으로 감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종도=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