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 마스터스 10일 개막…사라진 '우즈 효과'…오거스타 경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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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 대거 해약⋯암표값·렌트비 '뚝'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는 이번주 열리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언론은 마스터스로 창출되는 오거스타의 경제 효과가 매년 1억1000달러(약 11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확 달라졌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허리 수술 여파로 불참하기 때문이다. 19년간 개근했던 우즈의 불참은 오거스타 지역 경제에도 예상치 못한 큰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연습라운드 입장권 가격 30% 폭락
마스터스 경제효과 1160억원
오거스타 年수입의 10%창출
땅값 급등…비용 부담 '껑충'
관광수입 3000만弗 힘들 것
◆우즈 불참에다 악천후까지 겹쳐 우즈의 불참 소식이 전해지면서 숙박료와 암표 가격이 급락한 상태다. 숙박업소 주인들은 대량 해약 사태로 전전긍긍하고 있고 암표시장에서 8000~1만달러를 웃돌던 나흘간 관람권은 5000달러 이하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악천후도 악재다. 첫 연습라운드가 예정된 8일(한국시간) 예보에 없던 폭우가 쏟아져 일정이 전면 취소되면서 각종 기념품, 식음료 장사가 공쳤다. 한 암표상은 “연습라운드 입장권 가격이 전년 대비 30% 이상 폭락했다”며 “이 와중에 갑자기 비까지 퍼부어대니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이 암표상은 3, 4라운드 암표도 작년의 반값 정도인 1000달러만 주면 살 수 있다고 했다. 1라운드 암표 가격은 현재 990달러 안팎에 형성돼 있다. 마스터스 본경기 암표 가격이 경마대회인 켄터키더비보다 싼 1000달러를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처음이라고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보도했다. 숙박업계는 가격 할인 경쟁에 돌입했다. 평소 1박에 69달러인 클라리온스위트오거스타호텔은 지난해 대회 기간에 429달러를 받았으나 올해는 가격을 대폭 낮춰 손님을 유치하고 있다. ◆마스터스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
마스터스 대회 장소 인근 지역의 땅값이 대폭 올라 이로 인한 주최측의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오거스타내셔널GC가 1999년부터 올해 초까지 15년간 골프장 인근의 땅을 사들이는 데 쓴 비용은 총 5500만달러에 달한다. 주차장 부지 확장으로 인근 주택을 구입하면서 4000만달러를 지급했다.
오거스타시의 주택 평균 매매가는 10만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오거스타내셔널GC의 주차장이 된 곳과 그 인근의 집은 평균 100만달러가 넘었다. 오거스타내셔널GC가 주차장 확장을 위해 주택을 구입한다는 소문이 돌자 투기꾼들이 몰려들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해 초 침실 3개에 욕실 1개인 111㎡(약 33평)짜리 집이 120만달러에 거래됐다. 골프장 주민들은 대회 기간 집을 렌트해주고 플로리다 등으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3000가구 정도가 자신의 집을 관광객에게 렌트한다. 렌트 가격(침실 3개)은 평균 8500~1만2500달러였으나 올해는 상당수의 방이 빈 채로 남아돌고 있다.
◆오거스타 지역 경제 흔들
오거스타시에서는 연간 지역 경제 수입의 10%가 ‘마스터스 주간’에 창출되는 것으로 분석한다. 마스터스를 전후해 오거스타 전체 인구 20만명보다 많은 25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이 기간에 실업률까지 크게 낮아질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상당한 수입 감소로 인해 고전이 예상된다. 오거스타는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절반 정도가 방문해 연간 최고 3600만달러의 관광 수입을 올려왔으나 올해는 3000만달러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외신들은 추측했다.
2010년 경제위기 여파로 마스터스와 관련해 열리는 기업들의 고객사은행사가 최대 50%까지 격감했던 적이 있다. 당시 파티를 열어온 고급 주택들의 렌트비가 통상 2만5000달러에서 1만6000달러로 떨어졌지만 그나마도 다 채우지 못했다.
매년 400여채의 집을 렌트해온 한 대행업체는 300여채의 집을 헐값에 간신히 대여했고 VIP들만 전문적으로 가이드한 여행사는 고객이 없어 파리만 날렸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