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이는 부품 드러내 전시…'디자인 삼성' 이미지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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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산업 리포트 - '디자인 전쟁터' 밀라노 가구박람회
푸조·이베이·월풀·밀레 등 글로벌 기업 총출동
가구 뿐 아니라 삶에 연관된 모든 제품 미래 디자인 선보여
삼성, 伊 명품가구와 협업…유럽형 에코버블 세탁기, 푸드쇼케이스 냉장고 소개

7일(현지시간) 밀라노 시내 토르토나에서 만난 대만 정보기술(IT) 업체 에이수스(ASUS)의 알레산드로 바소 매니저는 이날 개막한 ‘밀라노 가구박람회’를 이렇게 묘사했다. “이곳을 찾는 수많은 관람객에게 우리의 디자인 철학을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하지만,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생각하면 악몽처럼 끔찍하다”는 설명이다. 토르토나는 과거 창고와 공장들이 모여 있던 공업지대였다. 평소엔 조그만 공방들이 폐공장 터에서 물건을 파는 조용한 동네다. 하지만 박람회가 열리는 4월 둘째주가 되면 글로벌 기업들의 ‘디자인 전쟁터’로 탈바꿈한다.

삼성전자는 밀라노에 있는 초고가 남성복 브랜드 ‘제냐’의 본사 1~2층을 통째로 빌려 전시관을 마련했다. 삼성은 지난 3년간 밀라노 토르토나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슈퍼 스튜디오’를 썼다. 그러나 올해엔 제냐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 가전 제품이 제냐와 마찬가지로 ‘슈퍼 프리미엄’을 지향한다는 것을 세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전시장 내의 가전제품도 이탈리아에서 최고 명품으로 꼽히는 가구업체 ‘B&B이탈리아’ ‘아클리니아’와 협업해 전시했다.
8일엔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방문해 유럽형으로 개조한 에코버블 세탁기와 푸드쇼케이스 냉장고 신제품을 소개한다.
다른 업체들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 자동차업체 푸조는 돌과 신소재 플라스틱을 이어 만든 각종 조형물을 전시했다. 토마스 존슨 디자이너는 “푸조는 자동차 업체지만 회사의 근간과 경쟁력은 소재에 대한 이해에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가전업체 브러더는 자신들의 ‘휴대용 프린터’로 출력한 종이로 만든 컬러풀한 옷을 전시했다. 주제는 ‘프린트아포르테(print a porter)’. 프린터와 기성복을 뜻하는 프랑스어인 ‘프레타 포르테’의 합성어다. 휴대용 프린터로 언제든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기술적 자신감을 은유적으로 뽐낸 것이다. 미국 온라인 상거래업체 이베이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가구 및 관련 제품을 천장에 매달아 전시했다.
현장을 찾은 장동훈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디자인전략팀장(부사장)은 “밀라노 박람회는 가구뿐 아니라 삶과 연관된 모든 제품의 미래 디자인 트렌드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며 “100만명이 넘는 세계 각국의 디자인 리더가 몰리는 밀라노는 브랜드를 알리기에 최적”이라고 설명했다.
밀라노=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